13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신봉지구의 한 공원. 수억원을 들여 만든 인라인스케이트장에는 뛰어 놀고 있어야 할 아이들 대신 흙먼지만 가득 쌓여있다. 인근 농구장과 배드민턴장 역시 출입문에는 녹슨 자물쇠가 굳게 잠겨있고 '용인시 인수인계 미완료로 사용 불가'라는 문구의 안내판만이 붙어있을 뿐이다. 농구장 일부는 수년째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듯 거북이 등껍질처럼 곳곳에 균열이 생겼고 인근 하천은 누군가 버린 쓰레기로 가득 찼다.
한때 난개발의 대명사로 불렸던 용인시 수지지역이 이제는 도로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거나 관리가 되지 않아 애꿎은 주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수지 신봉ㆍ성복지구 주민들은 기반시설 부담금을 놓고 시와 시행사간 힘 겨루기에 입주한지 수년이 지나도록 도로신설 혜택은 물론 이미 들어선 체육시설조차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용인시 등에 따르면 전체 3,216세대 가운데 72.4%에 해당하는 2,328세대가 입주를 마친 신봉지구는 현재 대부분의 기반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사업시행자인 신봉도시개발조합이 기반시설부담금을 모두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용인시가 준공 및 기반시설 인수인계를 1년여 간 미루면서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은 신봉지구 내 4,000㎡ 규모의 체비지를 매각해 이를 기반시설부담금으로 납부할 계획이었으나 매각이 늦어지면서 기반시설부담금 155억원 가운데 106억원을 미납했다. 이 때문에 기반시설부담금으로 신축 예정이었던 성복동~신봉동 터널공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단됐다. 시가 신봉지구 내 인수예정인 기반시설은 도로 37개 노선 6.6km, 공원 5곳 8,808㎡, 하천 1.26km, 녹지ㆍ공공공지 3만2,182㎡ 등이다.
2003년부터 민간제안의 개발사업이 진행된 수지구 성복동 성복취락지구(160만㎡ㆍ1만1,941세대) 입주민도 신봉지구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복지구는 시와 시행사들 간 기반시설부담금 부과처분취소소송이 진행되면서 준공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성복지구에 아파트를 지은 2곳의 건설사는 2008년 "시가 부담해야 할 기반시설 비용을 전액 사업자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시를 상대로 기반시설부담금 부과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기반시설 부담금은 총 기반시설 조성비용 5,500억원 가운데 일부인 132억원 규모다.
시는 미납 기반시설부담금 완납 및 소송이 결론 나기 전까지 준공 및 시설 인수인계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입주민 불편을 고려해 공원관리원 배치 및 도로와 하천 정화 정비 등은 별도로 대책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미납 기반시설부담금을 떼이거나 소송에 질 경우 시 재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인수인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도 주민 불편 해소 대책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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