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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조작" 폭로한 뒤 前프로게이머 투신 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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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조작" 폭로한 뒤 前프로게이머 투신 중상

입력
2014.03.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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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ㆍ롤)'의 프로게이머였던 천민기(23)씨가 감독 지시로 승부 조작에 참여해 고통을 겪었다는 글을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경찰은 승부조작 정황이 드러날 경우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온라인 게임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50분쯤 부산 북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 재활용품 수집 창고 바닥에서 천씨가 신음하고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천씨는 온 몸에 골절상 등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씨는 지난해 5월 소속팀이 해체된 뒤부터 별다른 직업 없이 누나와 이 아파트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나는 경찰조사에서 "게임을 너무 좋아해 프로 생활을 마감하고도 장시간 게임에 몰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씨는 1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았으며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천씨는 투신 전 게임사이트에 승부 조작을 폭로하는 글을 남겼다. 천씨는 "소속됐던 게임팀은 처음부터 승부조작을 위해 기획돼 만들어졌으며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로 돈을 벌기 위해 가난한 집안 선수들만 영입했다"고 주장했다. 천씨는 또 "져주기 게임을 수 차례 해왔으며, 지시를 거부하자 감독이 시즌 중간에 숙소를 없애고 팀을 해체했다"고 덧붙였다.

천씨가 활동했던 LOL은 2011년 말 국내에 도입된 온라인 게임으로 독특한 전장과 지형에서 상대팀과 전투를 벌여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PC방 게임 1위(점유율 40%대)를 유지하며 독보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1년 전부터 프로팀이 생겼고, 아마추어와 프로가 격돌하는 오픈 리그 등이 활성화 됐다. 현재 리그에는 12개 프로팀 외에 수 많은 아마추어팀이 활동하고 있다.

천씨가 속한 'AHQ코리아'팀은 지난해 국내 공식 리그 '롤챔스리그'의 예선전에 참가해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롤챔스리그는 LOL의 국제대회인 '롤드컵'에 참가할 국가대표를 뽑는 대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AHQ코리아'는 아마추어 선수단으로 보이며 이 이름은 대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e게임 프로 선수단인 'AHQ'의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공식적인 후원이나 선수지도 등의 교류는 없이 이름만 빌려 쓴 것으로 보이는데, 대만의 AHQ와 사전 협의가 있었는 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씨는 투신 전 게임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말 못할 심리적 압박들과 승부조작의 충격은 다시 연습에 매진할 수 있게 해주지 않았다"며 "그렇게 프로인생은 끝났고, 허탈함 밖엔 없었다"고 했다.

게임 업계는 전 프로게이머의 자살 시도와 승부조작 폭로에 당혹스러워 하며 '2010년 e스포츠 승부조작 파문'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 하고 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스타 프로게이머였던 마재윤 등 11명이 불법 베팅사이트 브로커와 접촉해 고의로 게임을 져주는 등 승부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돼 처벌을 받았고,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영구제명 됐었다. 그 여파로 게임 점유율 1위를 달리던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팬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조사 결과 감독에 의한 선수 약취, 공갈, 협박, 사기 정황을 확인했다"며 감독에 대한 고발장을 14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천씨가 작성한 글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해 진술과 관련 증거가 확보되면, 천씨의 전 소속팀 등을 상대로 승부 조작 관련 수사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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