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인 제주 용천동굴 내 호수에서 발견된 희귀 어류가 지구 생물 목록에 없는 신종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유사한 동굴 어류는 일본에 딱 1종이 있을 뿐이어서 둘을 비교하면 신종인지 아닌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2012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용천동굴 호수 생태계를 조사하면서 길이 3.44㎝의 물고기를 채집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미끈망둑 속(Luciogobius) 어류의 국내 미기록종임을 확인했다고 13일 발표했다. 미끈망둑 속 어류는 전세계에 17종, 한국에는 7종이 있는데, 동굴에 사는 것은 극히 드물어 일본과 한국에서만 확인됐다.
용천동굴 어류의 유전자 분석은 국내 유사종인 제주도 연안의 주홍미끈망둑과 비교했다.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 사이토크롬 b 유전자의 염기서열에서 8.9%의 차이가 드러나 전혀 다른 종임을 확인했다. 어류는 염기서열이 4~5% 차이가 나면 다른 종으로 본다.
이 낯선 물고기는 KBS가 2010년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 발견됐다. 여느 미끈망둑 어류와 달리 머리가 유난히 크고, 피부는 멜라닌 색소가 적어 옅은 분홍색에 투명하며, 눈은 퇴화해 아주 작다. 빛이 없고 차가운 동굴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용천동굴 호수의 연중 수온은 15~16.5도로 일정한 편이다.
미끈망둑 속 어류라는 사실은 발견 당시 수중 촬영 영상으로 확인됐지만 정확한 종은 알 수 없었다. 문화재청은 종을 확인하기 위해 1마리를 채집했다.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이미 죽은 상태였지만 덕분에 유전자 분석 등 집중 연구가 가능했다. 그것도 1년 간 공 들인 끝에 겨우 잡은 것이다. 용천동굴 호수를 본격적으로 조사한 1년 7개월 간 12회 다이빙을 했지만 어류를 관찰한 것은 5회, 적게는 1마리에서 많아야 4마리를 봤을 뿐이다.
용천동굴은 길이 3.4㎞의 용암동굴로 3만~4만년 전 형성됐다. 빙하기 후 1만년을 기점으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약 6,000년 전 동굴 속으로 해수가 들어가면서 점차 동굴호수가 만들어졌고 어류도 이때 함께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의 연구 책임자인 송춘복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교수는 "용천동굴 호수 어류는 일본 시마네현 동굴에서 발견된 미끈망둑 속 어류와 형태나 서식장소가 유사하다"며 "올해 안에 둘을 비교 분석해 신종으로 확인되면 국제학술지에 발표해 공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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