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를 사흘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서부지역에서 또 다시 대규모 야전 군사훈련을 시작하는 등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군도 전면 전투태세에 돌입하는 등 크림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24년 만에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나서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러시아 3번째 대규모 군사훈련
러시아 국방부는 13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남서부 로스토프스카야주, 벨고로드스카야주, 쿠르스카야주 등에서 비상 군사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에서 철도·항공 이동 등을 포함한 이동 배치 훈련과 사격 훈련 등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에선 이미 2차례 대규모 군사 훈련이 진행돼왔다. 러시아의 잇단 군사훈련은 크림공화국의 주민투표에 앞서 무력 시위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탈리 야례마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을 따라 집중 배치돼 있으며 병력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면서 "이에 우크라이나 군도 전면 전투태세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주둔 중이던 자국 해군 기지를 크림에서 떨어진 오데사로 이전할 방침이다. 이는 크림이 실제로 러시아로 편입되거나 독립 공화국으로 남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비책이다.
크림공화국은 주민투표가 열리는 16일까지 영공을 폐쇄하기로 했다. 현재 크림 공화국 수도 심페로폴 공항에서는 모스크바를 오가는 항공편만이 정상 운항 중이고 우크라이나와 터키를 오가는 항공편은 모두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美 24년만에 전략비축유 방출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와 회동 후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에 러시아군이 주둔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고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영토보전"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서 진로를 변경하지 않으면 미국과 국제 사회가 대가를 치르게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전략비축유 방출을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24년 만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4월 한 달간 비축유 500만 배럴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 전체 비축유(6억9,600만배럴) 가운데 1%에 해당한다. 미 에너지부는 이번 결정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시장에선 미국이 본격적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크림 자치공화국을 합병하면 우리는 개별적, 혹은 집단적으로 추가 대응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도 이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를 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표, 반대 3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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