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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3월 14일] 어른이 된다는 것

입력
2014.03.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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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경우를 일반적인 것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아닌데, 가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그 나이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목격하고는 한다. 공중질서 어기는 것을 너무나 당연히 여기는 어르신도 있고, 상황에 맞지 않는 일방적인 대접을 요구하는 분들도 계시다. 대화를 할라치면 무조건 가르치려는 분도 계시다. 평균연령이 수직적으로 상승하면서 노인 인구 비율이 늘었고 그러면서 사회에서 존경 받는 어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어르신들 본인들도 체감하고 계실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삶이 저절로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주름만 느는 육체처럼 정신도 추해질 수 있다는 걸 몇몇 어르신들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반면교사라고 해야겠지만, 사실 육체가 젊은 것만도 자랑이라고 할 순 없다. 정신이 늙어버리면 육체의 싱싱함은 오히려 흉한 허물로 도드라질 수 있고, 정신이 샘물 같으면 비록 쇠한 육체라도 그 정신의 마뜩한 처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털 잔에 담긴 썩은 물과 두레박에 담긴 생수를 머릿속에서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까. 꽃샘추위가 조금씩 물러가는 모양이다. 놀이동산에 가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도 좋고 동물원에 가서 아기염소와 눈을 맞추는 것도 좋겠지만, 두레박 안에 샘물을 담기 위해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하는 봄날 되시면 좋겠다. 출판시장이 어려워서 이런 말을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빙고, 라고 대답하겠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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