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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맨해튼 붕괴사고 지각 보도 왜…

입력
2014.03.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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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 테러를 연상시킨 12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폭발 붕괴 사고에 미국 언론들은 거의 대부분 분초 단위의 속보를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거의 유일하게 이 속보 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언론이 있었다. 뉴욕타임스다.

사고가 난 곳은 맨해튼에서 업타운에 속하는 116번가 이스트 할렘가. 뉴욕타임스 본사가 있는 41번가에서 채 20분이 안 되는 위치였다. 뉴욕타임스는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언론사였다. 사고 즉시 뉴욕타임스가 현장에 투입한 취재 인력은 20여명에 달했다. 어느 언론사보다 많은 속보를 챙길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사고가 나자 CNN을 비롯한 방송과 언론매체 웹사이트는 시시각각 올라오는 속보와 긴급뉴스로 거의 도배질을 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사고 발생 후 한 시간이 지나도록 관련 기사를 한 건도 내보내지 않았다. 이 신문이 '뉴스속보(Breaking News)'란 이름으로 건물 붕괴 소식을 처음 전한 것은 발생 후 1시간 45분이 지난 이날 오전 11시 16분. 오후 들어서도 사고 관련기사는 3개가 고작이었고 저녁에 5개로 늘었다. 당시는 이미 한국 언론들조차 웹사이트에 관련기사를 3~6개씩 작성해 올려 놓은 뒤였다.

뉴욕타임스가 현장에 많은 취재진을 투입하고도 한국 언론보다 적은 기사를 작성한 이유는 뭘까. 어디서 한 마디 들은 이야기로 얼른 기사를 내보내기 보다 정확히 사실을 확인해 최대한 오보를 줄이겠다는 보도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번 만 그랬던 게 아니다. 9ㆍ11사태 이후 12년 만의 미국 테러라는 지난해 보스턴 마라톤 사건 때도 뉴욕타임스는 속보 경쟁을 자제했다. 오보로 특종을 하느니 기사를 놓치더라도 사실을 정확히 확인할 때까지 침묵을 지키겠다는 원칙을 지켰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첫 여성 편집국장 질 에이브럼슨은 거의 사흘 밤낮을 회사에 머물며 확인된 기사만을 내보냈다. 사건이 수습된 뒤 그는 "우리(언론)는 부정확성이란 루비콘 강을 건넜다"며 돌이킬 수 없는 속보의 유혹에 빠져든 언론들을 비판했다. 당시 AP통신을 비롯 CNN, MSNBC, 폭스뉴스 등 내로라하는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속보를 보도하면서 모두 한두 번씩 오보를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속보를 절제한 덕분에 그럴 잘못을 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는 스스로 오보 또는 오탈자가 많은 신문이라고 고백한다. 이 신문에는 매일 어느 매체보다 많은 정정(訂正)기사가 실린다. 하루 5, 6건이나 되는 장문의 정정 기사를 싣는 날도 있다. 최근 영화 '노예 12년'의 소재가 된 1853년도 기사 '솔로몬 노섭의 귀환 이야기'에서 당시 노섭의 알파벳 철자가 틀렸다며 161년 만에 기사를 정정한 것이 그런 보도 원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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