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 스키의 ‘대부’ 김남제(52) 전 감독이 2014 소치 동계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폐막식에서 휠체어 댄스 스포츠 선수라는 이색적인 타이틀로 공연을 펼친다.
우리나라가 동계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한 건 1992년 프랑스 티니 대회다. 첫 메달은 10년 뒤인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알파인스키 남자부 좌식스키 대회전에서 나왔다. 한상민이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예상을 깨고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며 ‘월드 스타’가 됐다. 당시 한상민은 은메달을 목에 건 뒤 대표팀 김남제 감독의 이름부터 꺼냈다. 그는 “장애인 스키 캠프에 참가한 이후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운명적으로 감독님을 만났다”며 “곁에서 자신감을 심어주신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 차례나 동계 패럴림픽 좌식스키에 출전한 개척자다. 국내 최초의 장애인 스키 실업팀(하이원ㆍ2008년) 창단을 주도한 ‘희망 전도사’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김 감독은 한상민을 포함해 국내 장애인 스키 선수들을 직접 가르친 대부다. 그러나 이제는 감독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예술가 김남제’ 라는 호칭이 익숙하다. 1998년 나가노 대회 때부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이때부터 감독 겸 선수),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세 차례 연속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토리노 대회가 끝난 직후 스키계를 떠났다. “다른 감독, 코치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전혀 해보지 않은 것을 하고 싶었다”는 게 이유다. 그는 2008년부터 휠체어 댄스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김 씨가 13일(이하 한국시간) 동계 패럴림픽이 막바지인 러시아 소치에 나타났다. 17일 새벽 1시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에서 멋진 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폐회식 1부에서 ‘화합과 어울림의 평창’을, 2부에선 ‘함께 즐기는 평창’이란 테마로 문화예술공연을 펼친다. 김 씨는 의수화가 석창우, 강릉 출신 성악가 최승원, 댄스스포츠 김홍인 등과 무대에 선다. 조직위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과 열정으로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 예술가들이다. 이들의 참여는 패럴림픽의 비전 및 가치와도 부합돼 의미가 깊다”고 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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