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생도의 음주, 흡연, 결혼을 금지하는 '3금(禁)' 제도를 60여년 만에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열린 공청회에서 3금 제도 유지 의견이 주류를 이뤄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화랑로 육사 내 충무관 강당에서 개최된 '육사 3금제 효용성 분석 및 발전 방향' 공청회에서 발표자를 포함한 참석자 대다수가 3금제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했다. 반대 의견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손질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주장 정도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3금은 시대착오적인 제도 같지만 그로 인해 죽음을 각오하며 본능을 억제하는 수련을 하게 되고 사관학교 출신의 자긍심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있다"며 3금제 유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관학교 안이나 제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어떤 경우에라도 3금을 지키는 강력한 명예심을 보여줘야 한다"며 "다만 학교 밖에서 휴가 기간 중 제복을 입지 않은 상태에선 3금을 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둔다면 훌륭한 인재가 불운하게 탈락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정책연구위원인 팽준호 예비역 소장도 "3금제가 초급 지휘관들의 자기 통제력을 향상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사회 통념과 상반돼도 지켜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복을 입은 채 명동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여자 친구와 여관에 들어가는 사관생도의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겠느냐"며 "생도는 생도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일반 대학과 달리 국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정예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특성상 금주 금연 금혼 등 일정한 제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내ㆍ외를 막론하고 3금이 유지돼야 하지만 강압적인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도 스스로 받아들이게 훈육해야 한다"며 "육사 모집 요강에 3금제에 대한 진지한 설명이 없고 입학생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패널 중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만 3금제의 한계를 거론했다. 안 위원은 "금혼 또는 이성 교제를 삼가는 것이 금욕과 절제, 극기의 지표로 해석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여성은 성적 대상에 불과하고 여성과 가까이하지 않는 게 국방의 신성한 임무와 학업 수행에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제도의 저변에 있다"고 비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3금제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71기 생도 아버지라는 한 참석자는 "교외에서 3금을 풀 경우 성숙하지 않은 20대 초반 생도들의 일탈이 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다만 3금제의 필요성과 기준을 생도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과 지휘관의 결정에 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육사는 인권ㆍ여성단체, 예비역 단체 등의 의견을 더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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