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사실에는 눈을 감은 채 '간첩 사건'이라는 점만 연일 강변하고 있다.
국정원 출신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1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피의자 유우성씨에 대한) 간첩 혐의는 맞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것은 간첩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어지고, 증거 조작으로 간첩 사실 자체가 조작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을 이렇게 흔들어 대는 것은 북한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며 친정인 국정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가 먼저"라며 말을 아끼면서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파문을 국정원의 작전 실수라고 축소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날 TV방송에 출연해 "훌륭한 군인으로 나무랄 데는 없지만 스파이 작전하는 데 조금 미스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남재준 국정원장을 두둔했다. 그는 "007 한번 생각해 보시라. 스파이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단 국익을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일종의 스파이 작전인데 그런데 있어 약간의 괴리가 있지 않을까"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이 이번 파문의 증거 조작을 외면하고 간첩 사건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6ㆍ4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마저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시하고 문책을 시사한 마당에 새누리당의 전략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조차 일고 있다.
특히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남 원장 경질 목소리가 커지면서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이 증거 위조 사실을 알았다면 묵인ㆍ은폐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인 이재오 의원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과 검찰은 문제를 벌이고 여당은 그걸 감싸주고 있다. 서류를 조작한 부분은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며 증거 조작 사실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함을 강조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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