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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3월 13일] 우리는 행복하려고 태어났다

입력
2014.03.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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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저리다. 생활고를 못 참고 영화배우가 스스로 죽었다. 얼마 전에는 세 모녀가 동반하여 죽었다. 분통이 터지고 가슴이 미어진다. 왜 그 무서운 자살을 선택할까. 사연인 즉슨 그러하나 생활고 때문이 아니다. 가난 때문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신건강 때문이다. 정신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긍정을 배우지 못했다. 자기 확신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긍정하지 않았고 우리 학교가 희망을 얘기하지 않았다. 잘못 가르쳤고 잘못 배웠다. 못나도, 못 배워도, 가난해도 상관없다고 가르치지 않았다. 못나면 성형해서 잘나야 하고, 학교는 명문대를 나와야 하며, 부자만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가르쳤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돈이라고 배웠다. 그렇게 엉터리 가치관이 대세이다 보니 작금의 한국사회는 겉하고 달리 속병이 들었다. 못 나고 무능력하고 돈이 없다면 사람 노릇이 불가능하니 존재의 이유도 당연히 없다. 이 얼마나 끔찍한 교조인가.

나는 연극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 각자가 얼마나 개성 넘치게 만들어졌는지를 늘 실감하면서 산다. 마냥 놀란다. 그리고 어떤 고난이나 질병, 불행, 가난 등에 내 던져졌을 때 그것을 지혜롭게 극복할 능력을 인간이 가졌다고 굳건히 확신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라서다. 행복이야 말로 인간의 존재 이유라서다. 그런데 우리는 불행한데 어떻게 행복해하라는 거냐며 따진다. 행복할 일이 있으면 행복하겠단다. 과연 그런 태도로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그러니 당연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행복하지 않다면 그 어떤 투쟁을 감수해서라도 행복을 찾아야 한다.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는 가차없이 그 생각을 지워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불행하다는 생각을 무조건 지워야 한다. 그런데 가령 돈이 없어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때, 돈이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 돈이 있어도 불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끌어내야 한다. 그런 생각의 전환에 길이 곧장 나야 한다. 돈의 유무가 행복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다. 부자도 빈자와 마찬가지로 감옥 가고 사기 치며 도둑질한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많이 배운 도둑들이 훨씬 더 추악하고 교활하다. 예쁜 여자가 성형중독에 빠지고 자신의 얼굴에 만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예쁜 여자가 절대로 행복하다는 결론은 틀렸다. 내가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에 자긍심을 가질 때 절대로 행복해진다. 자본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때 비로소 자본 중심 사회에서 지혜롭게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다. 작가사회에서도 잘 쓰는 작가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해선 답이 없다. 세상에 사랑과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위대한 걸작이 무한정 탄생한다.

배우는 멋지고 잘 생겨야 한다가 아니다. 잘 버티고 잘 노는 기술을 배워야 살아남는다. 구김살이 없는 최적의 상태로 즐거움을 유지해야 한다. 만일 그런 쾌적한 상태가 아니라면 당분간은 배우를 휴업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때는 배우 역시 아니다. 막노동을 하는 중이면그때는 막노동자일 뿐이다. 그때도 스스로를 배우라고 최면을 거는 것은 절대 도움이 안 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이라면 편의점에 몰입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만 고민해야 한다. 내가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져야 비로소 행복해진다. 그러면 정말 놀랍게도 돈이 막 생긴다. 행운이 막 생기고 좋은 일이 몰려온다. 그런데 행복을 추구하지 않으면 행복은 절대로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행복할 수 있겠는가. 가난하다고 확신하는데 어떻게 그가 더 가난해지지 않을 수 있는가.

가장 못된 짓은 실망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 절망이다. 사태 해결에 도움이 전혀 안 된다. 사람은 행복하려고 태어난다. 자살은 불행을 끝낸 것이 아니라 행복을 끝낸 것이다. 힘들면 더 힘든 사람들 좀 제발 보자. 죽지는 말자. 살자.

고선웅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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