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일곱 살의 배우 김수현은 이제 '걸어 다니는 기업'이 됐다. SBS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면서 김수현이란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처럼 불린다. 김수현은 얼마 전 중국 장쑤위성TV가 보낸 전세기로 중국으로 가 예능 프로그램 '최강대뇌-더 브레인'에 출연해 5억여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중국의 20~30개 업체가 광고계약을 제안했을 정도다.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 측은 "현재 중국 내 기업과 국내 기업 10여개와 조만간 광고계약을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선 광고 모델료가 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기존 광고까지 재계약하면 최대 100억원 이상 챙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별에서 온 그대' 효과를 보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국내 치킨 체인점의 판매량은 2~3배가 급증했고, 한 라면업체의 올 1~2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났다. 주춤했던 한류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스타가 대우를 받고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각광을 받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드라마 콘텐츠만의 직접효과는 없는 것일까.
대만의 유력 일간지 빈과일보는 최근 한국드라마가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팔린 금액을 게재했다. 그룹 JYJ로 활동하는 박유천이 출연해 화제가 된 SBS '쓰리데이즈(3Days)'가 회당 5,360만원에 팔리면서 기존 한국 드라마 가격보다 5배를 더 받았다는 것이다. '쓰리데이즈'를 제작한 골든썸픽쳐스도 "역대 최고가로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youku)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쓰리데이즈'가 총 16부작인 걸 감안하면 8억5,000만원 선에 팔린 셈이다. 보통 한국드라마는 중국 인터넷 사이트 등에 회당 1만~2만 달러(1,000만~2,100만원) 선으로 판매되기에 '쓰리데이즈'의 성과는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외주 드라마제작사들은 "사실 중국에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국내 드라마는 회당 2~3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의학드라마나 시대극의 제작비는 더 높아진다. '쓰리데이즈'의 경우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갔으며 회당 5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그런데 저녁 황금시간대(오후 7~10시)에 해외 영화나 드라마를 방영할 수 없다는 규제 등 중국의 진입장벽이 높아 인터넷이나 모바일 쪽으로 방향을 틀어 수출한다. 정식으로 중국 TV에 방영되려면 사전 검열 등으로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하니 신작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제작사나 방송사들은 애초에 콘텐츠 심의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아직 이러한 규제가 없는 인터넷으로 활로를 개척한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도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총 21부작이 5억1,800만원에 판매됐다. 극중 김수현과 전지현의 아파트 세트장의 제작비만 10억원대다. 결과적으로 세트비조차 건지지 못한 셈이다. 콘텐츠 자체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 판매한 한국드라마가 많은 조회수를 기록해 대박이 나도 국내 제작사나 방송사에 떨어지는 인센티브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후난TV에서 방영된 MBC '일밤-아빠 어디가' 중국판은 시청률 4%대를 올리며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고, 스핀오프 격으로 영화판으로 개봉돼 1,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그 수익이 MBC측에 얼마나 적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 송인정 한국콘텐트진흥원 방송산업팀 대리는 "최근에는 중국과 판권계약을 할 때 부가수익에 따른 옵션계약도 이뤄진다"며 "프로그램에 광고가 붙거나 영화 제작 등으로 인한 수익이 생기면 별도로 국내 제작사나 방송사에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편당 제작비에서 5~7% 가량을 더해 포맷을 판매하고 있다. 국제표준 금액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이처럼 중국의 규제 때문에 우리의 콘텐츠 가치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지난달 김수현을 위해 전세기를 띄우는 파격 행보를 보인 장쑤위성TV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들은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한다. 송인정 대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중국에 수시로 드나들며 규제 완화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콘텐츠 가치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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