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시설이 오히려 지옥이었다. 지적장애 1급인 A(32)씨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생활재활교사 최모(57)씨의 발길질 세례를 받았다. 별 이유도 없이 오른쪽 골반을 15차례나 차인 끝에 고관절이 부러져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장애인 B(21)씨의 몸은 멍 투성이였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씨는 몽둥이 찜질을 했다. 최씨는 머리에서 냄새가 난다며 하루 종일 C(20)씨의 양 손을 뒤로 묶어놓고 때리기도 했다.
지적장애 1급인 D(17)군에게 부원장 이모(58)씨의 빨간 고무장갑은 악몽이었다. 이씨는 D군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며 손바닥을 쇠로 만든 자로 20대 넘게 때렸다. 자를 치켜든 손이 머리 뒤로 넘어갈 정도로 강하게 내리쳤다. 손바닥에서 피가 나면 치료한 뒤 다시 때렸다. 이씨는 매질을 할 때 자신의 손을 보호하기 위해 빨간 고무장갑을 꼈다.
이토록 충격적인 폭행은 모두 서울 도봉구 A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시설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시설에 대한 진정을 접수한 것은 지난해 10월.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 수년에 걸친 폭행 외에도 장애인 수당을 가로채고 서울시의 보조금을 마음대로 쓴 사실까지 드러났다.
A법인은 이사장 구모(37)씨의 어머니, 이모, 형 등 가족들이 요직을 맡고 있다. 장애인 67명이 생활하는 시설에서 전 생활재활교사 최씨와 이사장의 이모인 전 부원장은 2010년부터 4년간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왔다.
장애인들의 돈이 들어 있는 통장은 이들의 개인금고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장애인 24명이 2002년부터 세탁공장에서 일해 번 돈 2억4,900여만원 대부분을 장애인들의 급여통장에서 마음대로 빼 썼다. 장애인들의 해외여행에 동행하면서 자신들과 교사의 여행경비 2,000여만원을 장애수당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급여와 장애수당 통장이 있는지도 몰랐다.
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운영비, 숙직비를 허위 청구하는 방법으로 16억8,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도 유용했다. 이사장의 어머니이자 원장이었던 이모(63)씨는 148만원을 주고 옷을 사고는 시설 장애인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실제로 장애인들에게는 헌 옷이 지급됐다.
인권위는 이사장 구씨 등 5명을 상해, 폭행, 학대, 횡령 및 배임, 아동복지법ㆍ사회복지사업법ㆍ보조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는 또 서울시장에게 A법인의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고 유용된 보조금을 환수할 것을 권고했다. A법인은 장애인 생활ㆍ거주시설 3곳과 보호작업장, 특수학교 등 5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시설에는 10~40대 장애인 290여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매년 정부 보조금 80억여원을 지원받고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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