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또 다시 대규모 비상 군사훈련에 나서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도 서부 지역 주둔 부대를 러시아 인근 동부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흑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11일 크림반도 바로 위에 위치한 헤르손주에서 비상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 훈련의 일환으로 크림반도와 대륙을 잇는 페레콥스크 지협 쪽으로 장갑차와 탱크 등을 이동시켰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 훈련을 위해 서부 리보프 지역 주둔 부대를 크림 인근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 북서부 쥐토미르스크주에서도 제30 독립기계화여단 소속 탱크와 장갑차 등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고, 항공부대도 대규모 훈련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크림반도를 비롯한 동남부 지역에서의 군사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부대를 이동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11일부터 중부 지역 주둔 공수부대와 항공부대가 동시에 공수 침투 훈련과 적기 격퇴 훈련에 들어갔다. 러시아의 공세에 맞서 미국은 불가리아 및 루마니아 군과 흑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훈련 참가를 위해 흑해로 미 해군 소속 핵추진 순양함인 트럭스턴(USS Truxtun)함이 이동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11일 미국과 영국 등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키예프포스트에 따르면 의회는 이날 1994년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보증국인 미국과 영국 등이 러시아군 파병으로 악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통합성 유지를 위해 외교·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1994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영국 간에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가 보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각서 서명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일성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되도록 크림반도에서의 군사작전을 피하겠다며 수세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11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면한) 동부 국경이 노출되고, 우크라이나를 지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크림반도에서 군사작전에 나설 수는 없다"며 "상당한 규모의 (러시아)전차 부대가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인근에 집결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우크라이나 본토에 개입할 구실을 만들고자 우리를 도발하고 있다"며 "크렘린의 시나리오에 따라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결의한 크림 의회는 11일 공식 명칭인 크림자치공화국을 크림 공화국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크림공화국의 세르게이 악쇼노프 총리는 "크림공화국이 러시아 경제권으로 순조롭게 편입될 수 있다"며 "2개월 안에 루블화(러시아 통화)로의 전환과 러시아 경제권과의 통합을 완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데 이어 통상 혜택을 부여해 우크라이나 경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과 섬유 제품 등에 대한 수입 관세를 철폐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연간 5억유로(약 7,500억원) 상당의 통상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11일 발표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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