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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세포 의혹 눈덩이… '일본판 황우석'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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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세포 의혹 눈덩이… '일본판 황우석' 조짐

입력
2014.03.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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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만능세포 'STAP(자극야기 다기능성 획득)세포'를 개발, 스타가 된 30세 여성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의 스토리가 일본판 황우석 사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구에 공동 참가한 학자들이 자진 논문철회를 요구한 데 이어 오보카타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의혹까지 제기, 신뢰성은 물론 도덕성에까지 금이 가고 있다.

1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ㆍ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연구주임인 오보카타가 2011년 2월 와세다대에 제출한 영문 박사논문 첫 부분이 미국국립보건원(NIH) 웹사이트의 문장과 거의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은 "논문은 골수에서 채취한 세포가 다양한 세포로 변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26쪽 분량 중 20쪽 가량을 컴퓨터의 복사해 붙이기 기능으로 그대로 끌어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오보카타는 1월말 체세포를 자극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신체의 다양한 조직을 만들어내는 STAP세포를 개발, 실험용 쥐 실험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영국 과학지 네이처에 게재한 것을 계기로 일본 과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 연구가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개발한 유도만능줄기(iPS)세포의 성과를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본 최초의 여성 노벨수상 기대까지 점쳐졌다. 야마나카 교수도 직접 나서 연구에 도움을 자청했다. 일본 열도는 30세의 젊은 여성 연구원이 이뤄낸 과학적 쾌거에 "여자는 이공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없앴다"며 열광했고, 일본 언론은 연일 그의 성공 스토리를 화제로 다뤘다.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보카타가 발표한 연구 논문에 사용된 화상 데이터에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다는 의혹이 인터넷을 통해 제기됐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문을 토대로 STAP세포를 만들려고 해도 불가능하다는 의문이 잇따랐다. 이화학연구소는 이달 5일 논문에 실리지 않은 STAP세포의 상세한 제작법을 공개했지만 진화를 막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STAP세포 연구에 참가한 학자들도 연구결과에 의구심을 표명,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STAP세포 연구 공저자인 와카야마 데루히코(若山照彦) 야마나시대 교수는 10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STAP 연구 데이터와 논문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오보카타 등 공저자에게 논문을 철회하자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 내용과 다른 사진이 논문에 기재되는 가 하면 중요한 유전자의 변화가 실제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STAT세포가 정말로 존재하는 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논문을 철회한 뒤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화학연구소도 11일 STAP세포 논문 철회를 저자들에게 권고키로 하는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자체조사결과를 14일 공식 발표키로 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 일본법인이 고혈압 치료제 디오반으로 임상 연구 과정에서 일본 연구진이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고 iPS세포의 인체 이식에 성공했다고 허위 발표하는 등 연구 윤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STAP 세포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도 뇌와 피부 근육 등 다양한 세포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으로 오보카타 등 연구진 14명이 지난 1월 말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유도만능줄기(iPS)세포에 비해 훨씬 간단하고 효율적이며 짧은 시간에 세포를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개발로 평가됐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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