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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여객기 조종사 자살? 영화같은 추측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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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여객기 조종사 자살? 영화같은 추측만

입력
2014.03.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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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여객기(MH 370) 실종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고 발생 닷새째를 맞고 있지만 여객기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폭탄테러, 공중납치, 조종사 과실, 기기결함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온갖 추측만 난무하고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이 사건이 역사 속의 미스터리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말라카 해협으로 회항 후 사라져

말레이시아 군 당국이 11일 사고기가 지상 항공관제소와 마지막으로 교신 한 뒤 통신기기와 추적장치를 끈 상태로 1시간 가량 기존 경로를 이탈해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신에 밝혔다. 사고 발생일인 8일 0시 41분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한 여객기가 중국 베이징을 향해 북쪽으로 날다가 오전 1시 22쯤 관제소와 마지막으로 교신한 뒤 갑자기 말라카 해협이 있는 서쪽으로 기수를 틀었다는 것이다.

여객기의 갑작스런 항로 이탈로 사고 원인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긴 시간 여객기에서 관제소에 아무런 긴급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뤄 조종석을 점거한 누군가가 공중납치를 시도했거나 아니면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사고기의 부기장을 맡았던 파리크 압둘 하미드의 과거 부적절한 행동도 도마에 올랐다. 2011년 12월 당시 부기장인 하미드가 모는 여객기에 탑승했다는 호주 여성 존티 루스는 "비행 도중 하미드가 친구와 자신을 조종석으로 초대해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호주 TV에 말했다. 조종석에 일반인을 들이는 것은 안전규정 상 엄격히 금지된 행위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조종사들의 과실 여부도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 주최 강연에서 "테러 연계 가능성도 아직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테러 가능성과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앞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사고기가 테러를 당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타임지 선정 6대 여객기 실종 사건

여객기 사고의 경우 태평양 한가운데나 히말라야 등 깊은 산악지대에서 발생하면 그 잔해를 찾기가 힘들 뿐 더러, 비행정보를 담고 있는 블랙박스도 수거하기가 어렵다. 여객기가 비행 도중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실종사건이 수십 년간 미스터리로 남기도 한다. 미궁으로 빠졌던 여객기 사고는 과거에도 수 차례 있었다. 미국 타임지는 6개의 역대 주요 미스터리 사건을 선정해 최근 전했다.

에어프랑스 A330은 2009년 5월 3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가던 중 대서양 상공에서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이번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처럼 구조요청도 전혀 없었다. 당시 구조팀은 5일만에 사고기의 잔해를 발견했지만 블랙박스 회수에는 실패해 사고 원인은 미궁에 빠졌다.

프랑스 항공조사국(BEA)은 로봇잠수정을 동원한 끈질긴 탐색 끝에 2011년 5월 브라질 북동부에 있는 대서양 바닷속에서 블랙박스를 찾아내 사고 원인을 밝혀냈다. 사고기가 높은 고도에서 뇌우를 통과하는 동안 속도계에 얼음이 생겨 작동을 멈췄고, 그 결과 자동항법장치가 풀리며 비행이 수동으로 전환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종사들은 고장 난 속도계가 보내는 잘못된 정보에만 의지했다. 기체가 부양상태를 유지하려면 적정 속도가 필요한데 이를 유지하지 못하자 A330은 급격히 고도가 떨어졌고 조종사들이 손 쓸 틈도 없이 대서양 바다 속으로 추락한 것이다. 타임지는 이번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의 시나리오로 에어프랑스 A330 사건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비행사 중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던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실종은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1937년 6월 적도를 따라 지구를 일주 중이던 에어하트(당시 39세)는 뉴기니 섬에서 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를 향하던 도중 중간 기착지인 하울런드 섬 근방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그가 실종 전 마지막으로 관제소와의 교신에서 남긴 말은 ""하울런드 섬을 찾을 수가 없다. 연료가 떨어졌다"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비행기 66대와 해군 군함 9척을 동원해 남태평양을 샅샅이 뒤졌지만, 사고기 잔해 등 그와 관련된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1939년 미 캘리포니아 법정은 그녀를 법적으로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너무나 갑작스런 그의 실종에 일각에서는 일본군에 정보원으로 잡혀있다거나 비행을 모두 마쳤지만 신원을 바꾸고 뉴저지에 정착했다는 등의 음모론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에어하트의 실종을 '사라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다.

미군 항공기인 플라잉 타이거 라인 739도 1962년 사라진 뒤 지금껏 오리무중이다. 이 항공기는 당시 괌에서 90명을 태우고 필리핀으로 향하는 중이었으나 구조 신호도 없이 실종됐다. 미군 약 1,300명이 동원돼 수색을 벌였지만 사고기 잔해는 찾을 수 없었다. 이 항공袖?항로에 있던 한 리비아 소속 선박의 선원이 하늘에서 '강렬한 빛'을 봤다고 진술했지만 미국 측은 "사고의 원인을 알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비행기 실종의 대명사는 버뮤다제도와 푸에트리코, 미국 플로리다를 꼭지점으로 하는 버뮤다 삼각지대다. 1948년에 브리티시 아메리칸 소속 여객기가 실종되는 등 지금까지 15대의 비행기가 사라졌다. 비행기의 종류에도 여객기, 수송기, 전폭기, 정찰기 등 거의 모든 종류를 망라한다. 1945년에는 미국 폭격기가 5대가 버뮤다삼각지대에서 사라졌으며, 이를 수색하러 온 미군기도 실종되기도 했다.

1947년 11명의 승객을 태우고 안데스 산맥에서 연락이 두절된 브리티시 사우스 아메리칸 여객기는 사고가 난지 51년이 지난 1998년이 돼서야 발견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등반객들이 안데스 산맥을 오르던 중 여객기의 엔진 잔해와 시신들을 우연히 찾아낸 것이다. 전문가들이 현장을 분석한 결과 여객기는 산에 충돌했고, 그 충격으로 눈사태가 발생해 기체가 눈 속 깊이 파묻히면서 그 동안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여객기 발견이 늦어지면서 생존자들이 처절한 사투를 벌인 사건도 있다. 1972년 칠레 산티아고를 향하던 우루과이 공군 571은 안데스 산맥에 충돌했다. 당시 탑승객 45명 중 28명이 목숨을 건졌으나, 구조되는 데 두 달 넘게 걸리면서 이들은 사망자의 시체를 먹으며 목숨을 연명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최초 생존자의 절반인 16명에 불과했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영화 '얼라이브'(Alive)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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