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에 공을 기울여 왔던 부산 지역은 12일 발표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보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구에 조성되는 문현혁신지구에 기술보증기금 본사와 한국은행 부산본부 등 금융기관이 모여 있고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있어 이를 바탕으로 금융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번에 확정된 대책에서 제시된 부산의 선도 프로젝트는 영상산업이었기 때문이다.
계획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매년 열리고 랜드마크인 영화의전당 등을 활용해 영상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영상산업만 육성하는 게 아니고 기존에 육성하던 산업들과 함께 진행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산시민들은 "해운대와 인접한 특정지역만 살찌우는 영상산업이 부산 전체의 선도 프로젝트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대책인 '5+2 광역권경제권'에서는 부산이 속한 동남권의 선도 산업은 지역주민의 바람과 거리가 있는 수송기계와 융합부품소재였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을 내세우는 과정에 수시로 선도산업이 교체돼 바꾸면서 지역 주력산업 육성에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확정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대구광역시의 선도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융합산업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5+2 광역경제권에서는 그린에너지와 정보통신(IT) 융복합이 선도산업이었다. 관련 산업 육성이 지지부진하자 대구는 의료산업을 키우기 위해 2009년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지만 분양률이 저조해 산업 육성에 실패했다.
전남은 더 혼란스럽다. 5 + 2 광역경제권에서 친환경 부품소재 사업과 신재생에너지가 선도 산업이었지만 이번에는 연관성이 거의 없는 해양관광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5+2 광역경제군, 중추도시권 육성 등 다양한 산업을 지정해 육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실은 수도권 발전에 밀려 제자리를 맴돌면서 주력 산업은 수시로 바뀌어 지역 주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도시ㆍ혁신도시도 다양한 산업을 컨셉으로 조성되고 있어 혼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대 황한식 명예교수는 "선도산업이 지역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결정되고 수시로 바뀌면서 결국은 지역발전 대책은 5년마다 반복되는 발표용 정책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