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축구 J리그 경기장에 민족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8일 일본 프로축구팀 우라와 레즈와 사간 도스의 경기가 열린 사이타마(埼玉) 스타디움 관람석 출입구에 'JAPANESE ONLY'(일본인 외 사절ㆍ사진)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 현수막은 출입구 상단에 가로로 매달려 있었고, 왼쪽에는 일장기가 게시됐다. 객석에서는 욱일기도 발견됐다. 이 장면은 유튜브 동영상에도 공개됐다.
우라와 레즈 응원단 회원은 전반 20분이 경과한 시점에서 현수막을 발견, 전반 종료후 운영자 측에 철거를 요청했으나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방치돼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문제의 현수막이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사우샘프턴에서 우라와 레즈로 소속을 바꾼 재일동포 4세 이충성(일본명 리 다다나리)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아사히신문도 "현수막 외에도 경기 도중 차별적 발언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우라와 레즈 사장은 무라이 미쓰루(村井滿) 일본 프로축구리그 이사장에게 사과했고, 무라이 이사장은 진상 조사 지시와 함께 엄정 대처를 촉구했다. 현수막 게시자는 "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우라와 레즈측은 현수막 게시자의 경기장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의도 여부를 떠나 차별적 표현을 쓴 것만으로도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경기장에 걸린 현수막은 과거 미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공시설 등에서 흑인을 차별하기 위해 내걸었던 '백인 전용'(White Only)이라는 표시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J리그 규약은 인종, 성, 종교, 정치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 제재금 부과, 무관객 경기 개최, 승점 몰수 등 처분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인권보고서에서 극우단체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혐한 시위를 사례로 들며 일본내 재일동포 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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