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신년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던 강원도 한 기초자치단체에 경고장이 날아왔다. 경고장은'해맞이'라는 상표를 등록한 한 개인이 해맞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치단체는 특허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대응책을 찾은 끝에 행사에 용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미리 상표권을 등록해 놨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사안이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축제를 개발, 운영하고 있고 축제명칭을 마케팅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상표권 관리에는 소홀해 권리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특허청의 조사결과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축제 명칭은 1,092개에 이르지만 상표권을 출원한 축제는 5.4%인 60개에 불과하다. 강원 화천군의 화천산천어축제, 경남 진주시의 진주남강유등축제, 전남 함평군의 함평나비축제, 충남 보령시의 보령머드축제등이 등록된 대표적인 축제다.
지자체별로는 강원 강릉시가 강릉커피축제 등 18건으로 가장 많고 충북 충주시가 충주세계무술축제 등 16건, 경남 하동군이 하동야생차문화축제 등 13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충남지역에서는 논산시의 강경젓갈축제와 서천군의 동백쭈꾸미축제, 천안시의 천안 e-sports문화축제 등이 출원됐고 충북은 단양군 소백산 철쭉제와 음성군의 음성품바축제, 청주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등이 출원됐다. 반면 대전시에서는 출원된 축제가 한 건도 없다.
화천산천어축제의 경우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자리매김 하면서 14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6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고, 보령머드축제는 월스트리트 저널 등 세계적인 언론에 소개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해외진출이 추진되면 지역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가 지역축제 명칭에 대한 상표권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어 권리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진주시와 서울시가 등축제를 두고 마찰을 빚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청계천에서 등축제를 개최하자 진주시가 남강유등축제를 베낀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 갈등을 빚었다.
특허청은 지역축제를 개최하는 자치단체가 축제의 명칭을 업무표장으로 등록한 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연예업 등 관련업종으로 상표권이나 저작권을 추가 등록해 놓으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자치단체들이 지역을 알리기위해 축제 개최에는 열을 올리고 있지만 브랜드 관리에는 소홀한 면이 있다"며"권리분쟁을 막기위해 축제명칭 등 지식재산권 관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