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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정의하자면… 목가적이면서도 우울한 파워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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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정의하자면… 목가적이면서도 우울한 파워 발라드"

입력
2014.03.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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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의 미국판이 있다면 주제가 중 하나는 벡(44)의 '루저'가 아닐까. 목청이 찢어져라 세상과 자신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던 커트 코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그 해, 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나는 패배자니까 날 좀 죽여줘"라고 노래하며 인디 록계의 스타가 됐다.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루저'는 90년대를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로 남아 있고 벡은 그 사이 거물급 인사가 됐다.

'루저' 이후 20년간 쉬지 않고 혁신을 거듭해온 벡이 6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그가 최근 내놓은 '모닝 페이스'는 통산 열두번째 앨범이고, 메이저 레이블 데뷔 이후 열번째 앨범이다. 9년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냈던 포크 성향의 앨범 '시 체인지'(2002)의 속편 격이라 할 만한 작품인데, 두 아이를 키우는 가장의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12년 전 앨범보다는 덜 차갑고 덜 어둡다.

벡은 록, 포크, 컨트리, 힙합, 일렉트로닉 등 온갖 장르를 뒤섞은 하이브리드 록으로 주가를 올렸던 인물이다. '시 체인지'를 내놓은 뒤에도 그는 '게로'(2005), '인포메이션'(2006) 그리고 '모던 길트'(2008)를 발표하며 실험을 계속했다. 2009년엔 컨트리 앨범을 제작하려고 했으나 결과물이 원하던 대로 나오지 않자 방향을 틀어 다른 작업에 뛰어들었다. 새 앨범을 준비하는 한편 샬롯 갱스부르와 서스턴 무어, 스티븐 모크머스 등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벨벳 언더그라운드, 레너드 코헨, 야니, 인엑세스 등의 앨범을 리메이크하는 작업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악보로만 앨범을 공개하는 이색 실험도 했다.

'모닝 페이스'는 벡의 초기 앨범들처럼 재치 넘치는 하이브리드 록도 아니고 '시 체인지' 같은 비통한 포크 앨범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턴 어웨이'나 '블랙버드 체인', '모닝'처럼 느리고 차분한 포크 곡들이 지배적이지만 기타와 드럼을 배제하고 오케스트라 연주로만 채운 '웨이브'나 1분 안팎의 짧은 연주곡 '페이스' '사이클'은 포크라는 장르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벡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굳이 정의하자면 태평양 연안의 포크 록에 목가적이고 우울한 파워 발라드"라고 말하기도 했다.

벡이 20년간 발표한 12장의 앨범은 미국에서 80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히트작들은 대부분 데뷔 초에 발표한 앨범들이지만 판매 실적이 좋았을 때나 좋지 않았을 때나 평단은 그에게 늘 우호적이었다. 새 앨범에 대해서도 미국 언론은 호평 일색이다.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은 이례적으로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반을 주며 "포크 록 클래식으로 남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모든 창의적인 노력은 결국 타협으로 끝납니다. 애초에 원했던 대로 되지 않아요. 그래서 다음 작업을 이어가는 겁니다. 앞으로도 매번 '이건 내가 원했던 게 아닌데' 하면서 계속 앨범을 만들게 될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지점이 있어요. 거기에 이 일의 매력이 있지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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