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회장ㆍ인천재능대 총장
2014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됐다. 직업기술교육을 통해 꿈과 소질을 키우려는 20만 여 명의 젊은이들이 전국 138개 전문대에 새로운 교육에 대한 기대를 갖고 모여들었다.
흔히 대학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고 하는데, 실로 이들은 졸업 후 바로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생산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필수 인력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국가가 전문대생들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전문대 총장들의 관심은 온통 대학 구조조정과 특성화 사업에 쏠려있다. 매년 인상되는 물가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 온 전문대학들로서는 새로운 교육설비 투자는커녕 이제까지 해 오던 교육활동마저도 줄여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 교육부가 경쟁을 통하여 정원을 줄이고 재정을 선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은 종합적인 고등직업교육 정책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역량 재정지원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예산 지원에 머물렀고 전문대의 학과를 4년제 일반대에 마구 남발하는 무원칙이 횡행했다. 이에 비해 이번 육성책은 학제 다양화, 구조조정과 교육과정 개편을 지속적인 재정투자와 함께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학생 수 감소를 계기로 백화점식 학과경영을 지양하고 특성화를 통해 고등직업교육의 질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상과 현실이 잘 조화되어야 하고 환경을 바로 이해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문대 현장의 기대와 우려는 이 사업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첫째, 평가의 공정성에 관한 것이다. 종전 교육역량 강화사업은 공정성을 중시하여 정량적 평가에 과다하게 의존한 결과, 모든 대학을 획일화된 잣대로 재단하고 일렬로 세워 대학의 특성을 상실케 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 왔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반성으로 구조조정과 특성화 지원에 공히 정성평가를 도입했는데 특성화의 반영비율이 50%에 이른다. 50%는 정량평가를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큰 비중이다. 그간 지표 관리에 내몰렸던 총장들이 이제는 계획서 작성과 평가단 구성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교육역량 강화사업이 당해 연도 사업인데 비해 특성화 사업은 한번 결정되면 중간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5년 간 지속된다. 정성평가가 공정하지 않으면 우수대학이 도태되고 외화내빈의 대학이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그 때문이다.
둘째는 특성화의 유형별 신청자격에 관한 것이다. 전문대의 전공분류는 산업별 분류와 달리 공학, 자연, 예ㆍ체능, 인문사회 등 크게 4개 계열로 나뉘어 있어 이질적인 학과들도 같은 계열로 구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신청자격이 70% 이상이다 보니 구조조정 해야 할 전공까지 끌어 모아야 하는 형편에 처한 대학이 상당수 있고, 이런 전공들은 특성화란 이름 아래 구조조정이 오히려 어렵게 된다. 한편 산업과 학문은 점점 융복합화 되어 종전의 계열구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성화 비율을 신청자격에서는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고, 대학의 실질적인 특성화 계획을 중시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쩌면 이미 특성화된 대학과 특성화를 지향하는 대학을 구분 평가하여 각각에 맞게 지원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셋째,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서의 개편에 관한 것이다. 기존 전문대를 성인 중심의 실무형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개편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평생학습시대에 맞는 직업교육체제이며 지금도 많은 전문대가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지역인구, 이해도, 산업체 특성에 그 성패가 달려 있어 대학의 계획만으로 투자액만큼의 성과를 보일지 의문이다. 일률적인 적용이 힘들다는 의미다. 서두르기보다는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렇듯 전문대 특성화 사업은 재정지원의 차원이 아니라, 대학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