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과 교황 가운데 어느 쪽의 권위가 더 높을까. 평가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한민국 정부의 의전으로 평가한다면 '교황이 높다'가 정답이다. 우리 정부가 11일 유일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도 열지 않았던 '방한 지원위원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회의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직접 주재, 올 8월로 예정된 교황 방한에 정부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정 총리 주재로 열린 '교황방한 지원위원회'에서는 교황 방문 때 이뤄지는 정부 지원 기본 방향과 지원 체계가 논의됐다. 회의에는 문화체육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은 물론이고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에서 차관이 참석했다. 또 경찰청장 소방방재청장 관세청장 대통령 경호실 차장도 서울에서 200리나 떨어진 세종청사를 찾았다.
정 총리는 "방한 행사가 화합과 평화 속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며 "범정부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 분야별 협업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교황이 지향하는 가치인 '화해와 평화', '소외 계층에 대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우리사회에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정부가 외국의 국가수반 방한에는 열지 않는 지원위원회를 여는 것은 세계의 영적 지도자에 대한 특별한 예우 차원이다. 1984년과 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했을 때도 범정부적 위원회를 꾸렸다. 총리실 관계자는 "교황의 자국 방문을 성사시키는 건 세계적 축구 축제인 월드컵 유치만큼 어렵다"며 "방탄차 제공 등 지대한 예의를 갖춰 의전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정부의 지극한 영접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총리실 관계자는 "교황이 가령 방탄차 제공 같은 최고 수준 의전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다른 나라 방문 때 방탄차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14~18일 방한, ▲박근혜 대통령 면담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 ▲시복식 미사 집전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에 5만명, 시복식 미사에 50만~8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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