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용산 재개발을 둘러싸고 부딪쳤다. 정 의원이 지난해 초 무산된 용산 재개발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박 시장이 "그게 가능하겠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정책 공방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정 의원은 최근 잇단 언론 인터뷰를 통해 "타당성과 경제성을 토대로 단계적으로 개발할 큰 그림을 갖고 방법을 찾겠다"고 재개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10일 저녁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그게 가능하겠느냐. 용산 개발은 단독 주택, 아파트, 코레일 부지 등 서로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정 의원은 11일 서울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세상의 모든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할 수 있다"며 "(용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서울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사업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박 시장의 주장을 재반박한 것이다. 정 의원은 또 "박 시장의 말은 신중하게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라며 박 시장의 업무 스타일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시장과 정 의원의 공방은 정책대결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시장은 시정의 초점을 복지에 두고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반면 정 의원은 토건과 개발 사업을 강조하면서 박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정 의원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시장에 당선되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 하겠다는 토건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대규모 부지 30여 곳의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이런 관점의 차이로 박 시장과 정 의원은 노들섬 운영방안을 두고도 한 차례 공방을 벌였다. 정 의원이 "박 시장이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보류하고 텃밭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자 박 시장은 "내가 다 개발하면 나중에 후임 시장들이 할 게 없어진다. 시민 여유 공간으로 남겨두자"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과 정 의원은 업무 스타일을 두고도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정 의원이 박 시장을 향해 "임기 중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비판하자 박 시장은 "업무 시스템을 바꿨다. 그 동안 서울이 '건설 도시'였다면 지금은 '건축 도시'로 확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구청 단위의 업무(세세한 업무)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는 지적에도 "현장에서 10년 이상 해결되지 못한 현안을 발견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맞서는 등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정 의원은 앞으로도 개발공약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선거전이 본격화할수록 충돌은 격화할 전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근대화 세대 대기업 CEO 출신인 정 의원은 좀 더 액티브하고 외형적 확대 정책을 중시하는 반면, 박 시장은 소박하고 내실을 기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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