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중인 공공기관 개혁이 첫걸음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8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워크숍'에서 일부 평가위원들이 정부가 제시한 평가방침에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평가에 있어 평가위원의 자율성이 제약돼, 평가가 노조 탄압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사퇴이유를 밝혔다.
사퇴한 평가위원이 몇 명인지는 설명이 엇갈린다. 워크숍에 참석했던 관계자 A씨는 이날 노사복리후생팀 평가위원 상당수가 사퇴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만든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관계자는 "그날 15명 중 9명이 사퇴했다고 들었다"면서 "그 중 몇 명이 복귀했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본보 취재 결과 노사복리후생팀장을 포함해 최소 3명이 사퇴한 것이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9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부진한 기관의 임직원 임금은 동결하고, 우수 기관은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경영평가를 공공기관 임직원의 개혁 참여를 유도할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경영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잡음이 생기면 향후 개혁추진에 결정적 장애가 될 전망이다.
여러 관계자들이 전한 8일 상황을 종합하면, 평가위원 158명은 이날 오전 기재부로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방향, 정상화 대책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그 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촉장을 평가위원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노사복리후생팀 평가위원이 위촉장을 반납한 이후 다른 평가위원들이 잇달아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공대위 관계자는 "복리후생 평가기준이 과거 노조탄압전력이 있는 특정 노무법인에서 작성한 것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평가위원의 평가결과도 평가단 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점검반'의 검사를 거쳐 확정되는 등 평가의 객관성이 지켜지기 힘든 상황이라 판단해 평가위원들이 사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도 "이날 기재부의 설명이 진행되면서 평가위원 사이에 '경영평가가 노조를 탄압하는 방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노사복리후생팀장이 갑자기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자 평가위원들이 동요했다는 것이다. 이후 평가위원들이 평가단에 ▦팀장의 사퇴 이유 ▦노사관계 평가 팀 명칭에 '복리후생'이 들어간 이유를 물었으나 답변이 '노조 탄압' 의혹을 더욱 부추겨 평가위원이 연쇄 사퇴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평가단장을 맡은 염재호 고려대 부총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본업이 바쁜 사람 등 사퇴자는 항상 있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평가의 독립성이 훼손될 염려는 없다"고 밝혔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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