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6시쯤 국립대구과학관은 A4용지 한 장의 해명자료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채용비리로 수사를 받은 대구과학관이 부정채용 의혹을 산 20명 중 11명을 채용한데 대한 해명이었다. 그런데 그 해명이라는 것이 이렇다. '인사위원회는 20명의 부정합격자 관련 자료를 검토한 후 법률전문가의 자문, 청문 등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결정', '채용 및 불채용자의 구체적 판단이유 등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거, 개인의 사생활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음.' 달리 말하면 '채용 잘 했으니, 신경 꺼라'는 것이다.
대구과학관 채용비리 의혹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관을 앞두고 채용한 신규 직원 24명 중 20명이 특혜와 비리 의혹을 받으면서 최종 합격 여부를 연기했다. 경찰은 20명에 대해 부정합격자로 추정된다고 미래창조과학부와 대구시에 통보했고, 법원도 최근 채용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전 대구과학관 인사담당 직원 김모(34), 돈을 건넨 정모(34)씨에 대해 벌금과 추징금을 선고,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정씨를 제외한 나머지 19명은 무혐의 처분됐다.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는 사법기관의 판단이었다. 이 가운데 대구과학관은 인사위원회를 개최, 20명 중 대구시 공무원 2명을 포함한 11명을 구제하고, 9명을 도태시켰다. 무혐의 처분된 부정채용 의혹자 중 누구는 떨어지고, 누구는 붙은 것이다.
대구시는 6일 채용 소식을 접하고 수 차례 대구과학관에 채용기준과 과정, 결과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하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대구과학관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미래부가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해명 아닌 통보자료를 낸 것이다.
선정기준 공개한다고 사생활이 훼손되지 않는다. 게다가 부정채용 의혹을 산 20명 중 절반 이상을 다시 뽑으면서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무슨 배짱인가. 미래부가 됐든 대구과학관이 됐든 대구시민을 너무 우습게 안다.
전준호 사회부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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