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 다음 날인 지난 6일 한일 양측이 이 문제를 놓고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6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로 정부와 민간의 복합 협의체 성격인 1.5트랙의 정책대화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외교부 김기홍 동북아과장과 일본 외무성 오노 게이치(小野啓一) 북동아과장, 주한 일본대사관과 주일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양국의 민간 전문가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일본측은 전날 윤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한일 양국간 사안인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쟁점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한 톤으로 항의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한국이 일본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펴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주변국의 비판적 시각을 거론한 뒤 "한국과 중국이 국내(일본) 정치사안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에 우리측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먼저 성의를 보이지 않는 한 한일관계의 꼬인 매듭을 풀기 어렵다"며 태도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또한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의 동해병기 법안 통과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정부의 로비행태를 언급하며 "일본이야말로 국제적인 선전전을 중단하라"고 일침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측은 여러 현안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현재 차관급에 머물러 있는 당국회담의 수준을 장관급으로 높여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그래야 한일정상회담 일정도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윤 장관의 일본 방문이 전격 취소된 이후 양국 외교장관은 상대국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2일 방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 정부가 양국의 관계개선을 압박한 측면이 크지만 쟁점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고위급 대화채널을 재가동해야 하는 한일 양국의 필요성도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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