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1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쿤밍(昆明) 열차역 무차별 칼부림 사건의 용의자들은 당초 폭탄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경찰에 쫓기던 중이었는데도 250㎞나 도망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중국 공안 당국의 허점이 도마에 올랐다.
중국 재신망(財新網)은 11일 경찰 소식통을 인용, 쿤밍 테러 조직원 8명 중 3명은 지난달 27일 윈난(雲南)성 훙허(紅河)주 사뎬(沙甸)진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당시 사뎬진에서 자체적으로 폭발 장치를 제조중이었으나 성과를 이루진 못한 상태였다. 이에 나머지 5명은 차를 빌려 북쪽으로 도망쳤고, 지난 1일 밤9시 쿤밍 기차역에 도착했다. 이들이 9시10분 역 광장의 사람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9시12분 철도 당직 민경이 대응하고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9시20분 철도 공안이 쿤밍시 공안국에 구원 요청 전화를 했고 9시22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9시33분 경찰은 현장에서 4명의 용의자(남성 3명, 여성 1명)를 사살하고 1명의 여성을 붙잡았다. 이 여성을 조사한 결과 8명의 조직원 중 두목은 아부두 러이무쿠얼반이었고, 현장에서 숨진 여성은 러이무쿠얼반의 아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매체는 친광룽(秦光榮) 윈난성 서기도 지난 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현장에서 사살되거나 붙잡힌 5명 외) 또 다른 3명의 도주범은 훙허주에서 체포됐다"고 확인,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고 덧붙였다. 천 서기는 또 "이들 8명은 원래 해외로 나가 '성전'(聖戰ㆍ지하드)에 참가하려 했었으나 윈난에서 국경을 넘는 데 실패하고, 광둥(廣東)성으로 가 출국을 시도하다 좌절된 뒤 다시 윈난으로 돌아왔다"며 "해외로 갈 수 없게 되자 결국 사뎬진에서 머무르며 쿤밍 기차역이나 터미널에서 성전을 일으킬 것을 계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경위가 속속 드러나며 중국 당국의 허술한 수사와 단속이 결국 대형 참사를 막지 못한 것이라는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당초 사뎬진 1차 체포 당시 8명을 모두 검거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이들 중 5명이 사뎬진에서 차로 250㎞ 거리인 쿤밍으로 도주할 때까지 손을 전혀 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친 서기도 9일 "쿤밍역 사건은 발생이 돌발적이었으나 대응은 신속했고, 처리에 과단성이 있었으며 군중들의 참여도도 컸다는 특징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반(反) 테러 의식이 강하지 못했고, 정보 계통의 문제와 철도 보안 미비 등의 문제점을 노출시켰다"고 시인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분리 독립 운동 세력이 신장을 벗어나 중국 남부 일대에서 성(省)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고 해외 출국까지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엔 중국의 상징인 톈안먼(天安門)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 앞에서 위구르인 일가족의 차량 돌진 사건이 발생, 5명이 숨지고 40명에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주석으로 하는 국가안전위원회를 새로 출범시킨 데 이어 반 테러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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