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회사원 박모(35)씨는 최근 새로 예금에 가입하기 위해 시중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1년 짜리 정기예금의 금리는 고작 2.5% 수준. 박씨는 작년 초 연 3%대에 달했던 것만 생각했던 터라 실망이 컸다. 그런 박씨에게 동료 직원이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을 하나 추천했다. 지방 전북은행의 인터넷 예금인 'JB다이렉트 정기예금'. 금리가 연 3.1%에 달했다. 전자금융 이체수수료와 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도 면제가 됐다. 직접 은행 지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을 신청하는 방식. 인터넷에서 신청을 하자 이튿날 바로 은행 직원이 회사로 찾아왔고, 통장 개설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박씨는 "점포수가 적은 지방은행이라 가입을 망설이기도 했는데 점포 방문도 없이 이렇게 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지 몰랐다"며 "인터넷뱅킹을 주로 사용하니까 점포수 보다는 금리가 최우선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방은행들의 서울 등 수도권 시장 공략이 매섭다. 지역에서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서울 등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 정기예금'처럼 지방은행들이 너도나도 인터넷 예금상품인 다이렉트 상품 출시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이렉트상품의 경우 인건비 등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일반 예금보다 높은 금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경남은행의 경우 스마트폰뱅킹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예금 상품이 무려 130개에 달할 정도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11일 "앞으로 기존 점포보다는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영업에 집중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현재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상품을 스마트뱅킹을 통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수도권 공략을 위한 측면도 강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품 만이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의 실제 점포도 늘려가는 추세다. 전북은행은 지난달 말 반포지점을 열었다. 서울지역 11번째 점포이자, 수도권 14번째 점포. 효율성이 떨어진 지방 점포는 통폐합하는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점포 수를 늘려가는 추세다. 올해도 수도권에 3, 4곳 점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은행(서울지점 8개) 부산은행(4개) 대구은행(3개) 경남은행(3개) 등도 역시 서울 등 수도권 점포를 늘려가는 추세. 지방은행 서울 점포는 외환 위기 이후 대거 축소돼 2009년에는 13개까지 줄었으나 2011년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해 현재 31개에 달한다. 불과 5년 새 두 배 이상 불어났다.
그렇다고 시중은행처럼 대형 점포를 늘리는 건 아니다. 대부분 점포의 직원 수는 5명 미만. 그것도 임대료가 저렴한 건물 3층 등에 점포를 개설해 운영비용을 크게 줄였다. 이런 비용 절감이 높은 금리로 이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자칫 수도권 공략이 건전성을 위협하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서울지역에서 출혈 경쟁까지 벌어진다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양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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