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지정이 반드시 대ㆍ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의외의 이해 갈등과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두부가 대표적이다. 2011년 지정 때부터 지금까지도 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들의 시장확장이 제한되면서, 기존에 CJ 풀무원 등에 콩을 납품하던 국내 콩 생산 농가들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농협 등에 따르면 두부가 적합업종 품목으로 지정된 직후인 2012년 40kg 당 24만원에 달했던 콩 값은 지난해 14만원 대까지 폭락했다. 대기업들이 국산콩 수매량을 크게 줄인 탓이라는 주장이다. 농민단체는 "두부의 적합업종지정은 콩 생산농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1차 지정품목인 재생타이어업 역시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한 기준을 설정하는 바람에 적합업종 지정 이후 오히려 중소업체의 생산량과 시장점유율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41만5,000개에 달했던 중소타이어 업체의 총 생산량(시장 점유율 89.3%)은 2012년 35만459개(88.82%), 지난해 31만5,051개(87.46%)까지 줄었다. 반면 대기업의 지난해 생산량은 4만1,082개(11.4%)로 전년 4만683개(10.31%)대비 소폭 상승했다.
송정열 대한타이어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재생타이어는 덤프트럭, 화물차, 레미콘 등 주로 건설업 관련 차량에 많이 쓰는데 지난 3년 동안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재생타이어 생산량도 함께 줄었다"며 "그러나 '확장자제'권고를 받은 대기업들은 새롭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 이상 기존 거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된 거래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확장자제 ▦진입자제 ▦사업이양 등 단순하게 설정된 제한기준을 품목마다 서로 다른 시장상황을 고려해 세분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법적 강제성도 논란거리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적합업종 침해사례가 있어 동반 위에 신고했는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8개월 이상 걸렸다"며 "법제화 없이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적합 업종을 법으로 못박아 버리면 시장 자체가 왜곡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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