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의붓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울산 서현이 사건' 계모 박모(40)씨에 대해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학대로 아동이 사망해도 학대치사죄 형량에 매여 엄벌에 처하지 못하던 관행을 깨뜨릴 판결이 나올지 주목되는 가운데 국민 감정에 따른 구형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1일 오후 2시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을 "숨진 의붓딸의 유일한 보호자인 피고인이 살인을 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3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해달라고 청구했다.
울산지검 김형준 형사2부장은 최고형 구형 이유에 대해 "박씨는 8세 의붓딸을 1시간 동안 머리, 가슴, 배 등 급소를 포함한 신체 주요 부위를 집중적으로 수없이 때리고 발로 찼다"며 "부검 결과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진 것으로 드러나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으며, 2년 넘는 기간 지속적인 학대가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쟁점인 '살인죄 인정'에 대해선 "박씨가 살인의 고의를 일관되게 부인했으나 이 사건과 유사한 사안(흉기 사용 없이 손발로 가정 구성원인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때려 사망케 한 행위)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한 국내 판례가 2건이나 있다"면서 "범행 수법, 피해자 연령, 학대 기간 등이 유사한 주요 선진국의 최근(2007년 이후) 아동학대 살인사건 판례 5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피고인들이 살인 범의를 부인하였음에도 모두 살인죄가 인정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이를 죽이려 한 것은 아니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주장했다. 계모 박씨도 최후 진술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아이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사형 구형 소식에 대다수 네티즌들은 "힘 없는 아이를 때려 숨지게 했으니 사형 판결이 당연하다" "학대를 방치한 아빠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학대치사 후 징역형에 그친 다른 사건을 예로 들며 "(국민 여론이 집중된) 이 사건만 사형을 구형하는 게 맞느냐"는 주장도 소수지만 있었다.
울산지검은 지난해 11월 당초 학대치사로 송치된 이 사건에 대해 여론이 들끓자 검찰시민위원회 논의 등을 통해 살인죄로 바꿔 기소했다. 또 국회도 지난해 12월 31일 아동학대 사망 땐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하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집에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 이양이 '2,000원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숨지게 했다. 또 2011년 5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이양이 학원에서 늦게 귀가하거나 거짓말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때리거나 뜨거운 물을 뿌리는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1일 오후 1시 30분에 열린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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