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설립자 고 옥한흠(1938~2010) 목사의 장남 옥성호(47ㆍ사진) 집사가 현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와 교회 운영을 풍자하는 듯한 내용의 소설을 냈다. 옥 목사가 소천한 뒤 사랑의교회 신축 등을 놓고 오 목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옥 집사가 쓴 소설이라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옥 집사가 11일 낸 장편 소설 (박하 발행)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한인교회를 운영하던 김건축 목사가 서초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김 목사는 부임 후 특유의 화술과 카리스마로 단숨에 교역자와 신자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글로벌 미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 교역자들을 대상으로 토익시험을 치르고 교역자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겠다고 폭탄 선언한다. 교회 내 언론홍보팀을 만들고 교역자는 담임목사와 전무목사, 부장목사, 과장목사, 목사, 파트타임 목사 등으로 기업처럼 수직 재편한다. 황당무계하고 코믹하기까지 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 김 목사는 결국 역풍을 맞게 된다.
세평을 의식한 듯 저자인 옥 집사는 "작품 내용이 특정 교회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라며 "교회 이름을 서초교회로 정한 이유는 서울 강남의 '서초동'이 지닌 부유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건축 목사는 여러 점에서 오정현 목사를 연상시킨다. 김 목사는 사랑의교회 2대 담임목사인 오 목사처럼 서초교회의 2대 담임목사다. 김 목사가 나이지리아에서 목회 활동을 한 것도 미국에서 한인교회를 운영하고 아프리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오 목사를 떠올린다. 김 목사가 거대하고 화려한 성전을 짓는 모습은 오 목사 주도로 지난해 완공한 사랑의교회 건축과 닮았다.
옥 집사도 이를 아주 부인하지는 않는다. "이 글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묻는다면, 내가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 관찰한 사실들에 대한 풍자이며 이는 단지 조소가 아닌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라고 답할 것"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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