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안을 거부하는 등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격화하는 가운데, 서방과 러시아간 외교전이 천연가스 공급 문제 등 경제부문으로도 번지고 있다. 또 러시아는 크림 자치공화국의 군기지 등을 무장 점거하는 등 크림반도의 장악력을 높이고 있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은 우크라이나 주변에 군사력을 강화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러, 美 중재안 거부
러시아가 미국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안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자체의 중재안을 마련했다고 보고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 측 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갈등을 겪는 것을 전제했다"며 "이 중재안은 러시아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중재안 거부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모스크바 방문 계획은 연기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이르면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지원하고 러시아 정부를 제재하는 내용의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EU 역시 러시아에 대한 여행금지와 러시아 정부인사 18명에 대한 자산동결 등 추가 제재를 협의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전날 밤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긴장 완화가 양국 공통의 이익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 장관은 10일 러시아가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가격을 향후 20년간 23% 올릴 것이라고 유럽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유럽까지 가는 러시아 가스관 사우스스트림 사업승인 논의를 잠정 연기하겠다고 맞받아쳤다.
러 병력 크림 군기지 무장 난입
크림 자치공화국은 크림반도에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 해군 함대를 모두 자치정부 산하로 편입시키고, 크림 내 우크라이나 국영기업들도 자치정부 산하로 이전 등록할 계획이다.
크림공화국의 세르게이 악쇼노프 총리는 10일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함대 소속 군함을 (중앙정부로)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악쇼노프 총리는 또 16일 러시아 귀속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하기 전 1,500명 규모의 자체 군대를 창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10일 오후 러시아 군인 약 10명이 크림반도 남부 바흐치사라이에 있는 우크라이나 해군 산하 차량 지원부대에 자동소총을 쏘며 난입했고, 심페로폴에서도 러시아 군인으로 의심되는 무장세력이 군용 병원을 점거했다.
미국은 당초 아라비아해로 향할 예정이었던 조지 H W 부시 항공모함을 터키 안탈랴에 정박시켜 비상출동 대기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나토도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조기경보기(AWACS)를 띄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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