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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 '출산율 2'의 선행교훈

입력
2014.03.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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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언제 따뜻해질까 싶어도 봄은 순식간이다. 부지불식간의 계절변화다. 봄이야 반갑기라도 하다. 오는 걸 막고 싶은 변화도 많다. 대표적인 게 인구변화다.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인구변화는 좋을 게 없다. 분자(고령화)는 커지고 분모(저출산)는 줄어드는 불안정한 가분수만 낳을 뿐이다. 불안한 물구나무다.

인구변화의 경고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한국의 인구 악재를 지적하는 해외석학이 늘었다. 한국경제의 당면대책을 물으면 이들은 '한가한' 인구문제를 첫머리로 올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숲(세계) 밖에서 보니 나무(한국)가 눈치 못 챈 성장한계가 위험해서다. 미래 이슈지만 현재 대응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는 정책특징 탓이다. 이현령비현령의 핑계로 차일피일 미룬다고 해결되지 않는 위협변수인 까닭이다. 셈 빠른 글로벌업계는 이미 한국의 인구 경제학적 지속성을 심각하게 의심한다. 계절변화처럼 '성장→침체'의 구조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날 염려다. 때문에 이들의 맥락이탈적인 조언은 가랑비에 옷 젖은 뒤의 후회를 미리 지적한 점잖은 경고나 마찬가지다.

인구정책의 성과가 얼마나 힘든지는 선진국을 보면 자명해진다. 특히 분모인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기 위한 출산정책의 실천 허들이 높다. 저성장과 맞물린 인구정책이기에 한정자원의 배분 때 노청(老靑)간의 갈등조정은 물론 어지간해선 단기간에 티조차 나지 않아 정치권의 진정성은 발현하기 힘들다. 거대집단답게 표로 강변하는 실버민주주의(Gerontocracy)에 맞서기도 여간 녹록잖다. 즉 '생애복지=노후복지'의 등식처럼 국가자원 대부분은 한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선진국 정책결과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프랑스는 출산정책에 제법 성공했다. 197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 2 이하로 떨어졌지만 '낳으면 그다음은 국가책임'이란 믿음이 형성되면서 최근 정책목표였던 2로의 복귀가 이뤄졌다. 30~40년에 걸친 일관된 출산ㆍ양육정책이 달성한 친가족정책의 승리다. 출산하지 않으면 손해일 만큼 다각적인 정책지원의 결과다. 재정적자에도 불구, 국내총생산(GDP)의 3.8%를 출산장려에 쏟았다(2009년). 출산정책은 효과가 컸다. 요즘 한국에서도 핫이슈인 여성 특유의 M자형 경력단절도 극복했다. 일하는 엄마의 행복한 미소가 부쩍 늘었다.

일본은 좀 다르다. 프랑스와 유사시기에 출산율 2의 인구지지선이 깨졌지만, 지금껏 뚜렷한 회복징후는 없다. 1의 상단 언저리에서 요지부동이다. 물론 프랑스처럼 일찌감치 인구정책에 나섰다. 그런데도 효과가 없었다. '말'만 많았지 정작 '몸'은 움직이지 않은 탓이다. 후폭풍은 거센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전대미문의 고령 국가라는 타이틀처럼 2100년이면 독립국가로서 존립이 어렵다는 분석까지 있다. 일본청년은 '취업→결혼→출산'의 생애주기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며 조용하되 치명적인 비자발적 저항에 나섰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표(선거)와 돈(재정)의 논리로 출산정책에 미온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지막 호소인양 더 늦어지기 전에 '출산율 2'의 절실한 비전 마련을 촉구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프랑스보다 일본에 가깝다는 느낌은 필자만이 아니다. 관련 환경은 어쩌면 일본보다 더 열악하다. 출산율은 작년 1.19명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치다. 초저출산에 가까운 1.3명 밑을 12년 연속으로 기록했다. 현재로선 기네스북 감이다. 돈이 없거나 안 쓰는 건 아니다. 지난 8년(2006~13년)간 53조를 투입했고 갈수록 증액된다. 직접지원은 물론 양립조화․환경개선 등 가짓수는 다 갖췄다. 없는 정책이 없다. 그런데 이 모양이다. '애'를 낳는 순간 '돈'이 압박하지만, 정책은 삐걱대고 헛돌기 일쑤다.

반면교사 일본이듯 힌트는 프랑스에 있다. 장기간 거액을 집어넣고서야 겨우 달성한 출산율 2의 교훈이야말로 지금 한국이 나서야 할 결정적인 상황 이유다. 정부는 힘이 세다.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우연한 대박보다 미리 준비해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실천노력이다. 출산장려야말로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대박 거리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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