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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의 모태, 그리고 핏빛 순교의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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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의 모태, 그리고 핏빛 순교의 터

입력
2014.03.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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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 성지첫 사제 김대건 신부의 요람증조부부터 4대 걸쳐 살아 '한국의 베들레헴' 으로 불려해미 성지정사박해서 병인박해까지무명의 순교자 수천명 하늘로신자 수 너무 많아 생매장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방한 기간 중 충남 당진 솔뫼 성지와 서산 해미 순교성지를 찾기로 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에 따르면 8월 14일 방한하는 교황은 다음날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미사를 봉헌한 뒤 솔뫼 성지를 찾고 17일에는 해미 순교성지에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에 있는 솔뫼 성지는 한국 첫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가 태어나 일곱 살 되던 해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시 한덕동으로 이사할 때까지 머물던 곳이다. 솔뫼는 소나무 산(松山)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 김진후(1814년 해미에서 순교), 작은 할아버지 김종한(1816년 대구 관덕정에서 순교), 아버지 김제준(1839년 서울 서소문 밖에서 순교), 김대건(1846년 서울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 신부 등 4대의 순교자가 이곳에 살았다. 김 신부의 신앙과 삶의 지표가 싹튼 장소로 '한국의 베들레헴'이라 불린다.

1906년 당시 합덕 성당의 크램프 신부가 김대건 신부의 순교 60주년을 맞아 김 신부의 생가터를 고증했고 1946년 순교 100주년을 맞아 순교기념비를 세우면서 성지로 조성됐다. 1973년 솔뫼 성역화 사업을 시작했고 1982년에는 '피정의 집'을 건립해 '순교자 신앙의 학교'로 만들었다. 2004년 김 신부의 생가가 복원되고 이듬해에는 기념관과 성당이 조성되면서 성역화 작업이 마무리됐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있는 해미 순교성지는 정사박해(1797) 때부터 병인박해(1866)기까지 무명 순교자 수 천명을 배출한 성지다. 조선 후기에는 1,500명의 군사를 거느린 무관이 해미현 현감을 겸해 통치했다. 국사범을 독자적으로 처형할 권한을 가졌던 무관은 공명심에 신유(1801)ㆍ기해(1839)ㆍ병오(1846)ㆍ병인(1866)박해 등 조정의 공식적인 천주교 탄압 외에도 천주교인들을 해미 진영(지금의 해미읍성)에 마구 잡아들여 수천 명을 처형했다. 병인박해 때에만 1,000여명이 순교한 것으로 조정에 보고가 됐지만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는 132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김진후, 인언민, 이보현 등 3명만이 시복시성(諡福諡聖)됐다.

해미 순교성지는 생매장 순교지로도 유명하다. 사약, 몰매질, 교수형, 참수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처형했지만 천주교인이 너무 많아 처형하기 힘들자 해미천 옆에 큰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했다. 생매장될 때 신자들이 "예수 마리아!"를 부르며 기도하는 소리를 "여수머리"로 알아들은 사람들이 이곳을 '여숫골'이라 불렀다. 연못에 수장한 신자도 적지 않았다. 그 연못은 '진둠벙'이라고 불렸다. '진'은 '죄인'이 줄어 변한 말이고 '둠벙'은 '웅덩이'의 충청도 사투리다.

클로드 달레의 에는 박해가 이뤄지는 동안 해미 진영에 있는 큰 감옥 2채에는 한티고개를 넘어 내포 지방에 끌려온 천주교인들이 항상 가득 차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감옥 터 호야나무 가지에는 당시 손발과 머리채가 묶인 순교자들을 매달았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서산본당의 범 베드로 신부는 1935년 생매장 순교자 유해를 찾았고 이후 발굴 현장에서 나온 뼈와 치아, 머리카락으로 기념관이 세워졌다. 1975년 유해 발굴지 인근에 높이 16m의 해미 순교탑과 야외 미사장이 세워졌고 2003년에는 성금을 모아 성당이 건립됐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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