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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이고 현대적인 해석에만 치중 맛깔스런 매력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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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이고 현대적인 해석에만 치중 맛깔스런 매력 실종

입력
2014.03.1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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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과 외모, 나이를 가리지 않고 이탈리아에서 640명, 독일 231명, 프랑스 100명, 터키 91명, 스페인에서 1,003명의 여인을 울린 전설적 바람둥이 돈 조반니가 몸에 달라붙는 수영복 바지와 시스루(see-through) 상의를 입고 무대에 섰다. 17세기 스페인 세비야가 아닌 현대사회로 배경을 옮겨 온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돈 조반니는 새로운 여성을 유혹하려고 귀족 무도회 대신 해변을 테마로 한 파티를 연다. 수영복에 광택 나는 소재의 모자 달린 가운을 걸치고 하객들과 미뉴에트가 아닌 아이돌 백업댄서가 출 법한 방송댄스를 춘다.

국립오페라단이 12~1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올해 첫 작품으로 공연하는 오페라 '돈 조반니'는 파격적이고 현대적인 해석에 방점을 찍었다. 국립오페라단은 공연을 이틀 앞둔 10일 이 작품을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모차르트와 이탈리아의 대본 작가 로렌초 다 폰테가 손잡고 만든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 최고의 오페라 중 하나다. 귀족 신분과 매력적인 외모, 화려한 언변을 무기로 수많은 여성을 농락한 호색한의 이야기다. 모차르트의 높은 음악적 완성도는 물론 개성 강한 극중 인물을 빚어낸 다 폰테의 맛깔나는 대본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국립오페라단에서 오랜만에 한국 연출가(정선영)가 주도한 이번 무대는 돈 조반니를 단순한 바람둥이가 아닌 내적 진실을 추구하는 인물로 그렸다. 하지만 미리 본 공연은 현대적 감성을 불어넣으면서 방향을 잃은 모습이었다.

무대는 돈 조반니의 자유의지와 창조성을 뜻하는 거대한 기중기, 이 시대에 버려지는 소중한 가치를 의미하는 거대한 사과 등 상징 요소로 꾸몄다. 반면 의상은 일상복에 가까워 신분 사회의 풍자가 반영된 각 캐릭터의 개성은 찾기 어려웠다. 무대 전환을 대부분 공사장 천막천처럼 꾸민 앞막을 여닫는 것으로 처리하다 보니 앞막을 닫은 채 진행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 아쉬웠다.

다만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성악가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게 흥미롭다. 바리톤 공병우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 데뷔를 앞둔 베이스 바리톤 차정철이 돈 조반니를 연기하고, 미국 주요 오페라 극장과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활동한 소프라노 이윤아가 돈나 엘비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등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양지영이 체를리나로 출연한다. 지휘는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마르코 잠벨리가 맡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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