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요 명태!"
6일 오전 강원도 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 어류관에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가 통통하고 길이 70cm가 넘는 암컷이었다. 서주영 연구원은 수술용 장갑을 끼고 바로 시술에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배를 누르니 산란관을 통해 알이 배출되었다. 곧바로 배를 가르고 알을 들어냈다. 흥분과 기대는 그러나 순식간에 실망으로 변했다. 맑고 투명해야 할 알이 불그레한 빛을 띠고 있었다. 이미 죽은 지 너무 오래돼 수정이 불가능한 알이었다. 해양수산부가 추진중인'국산명태 되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해수부는 사라진 동해명태를 복원하기 위해 인공수정을 거쳐 2018년까지 동해에 명태치어를 방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정란을 구하기 위해 살아있는 명태에 50만원, 죽은 명태에 5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달 19일 해수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동해에서 명태가 왜 사라졌는지, 남획이 원인이라면 꼭 살려야 한다'고 관심을 표명하면서 중요 추진과제로 떠올랐다. 해수부는 다음날 '국민식탁에 동해산 우리 명태 올린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알을 구하는 첫 작업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신고된 명태는 30여건에 불과했고 살아있는 명태는 단 한 건에 그쳤다. 5일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연승어선 2척과 자망어선 2척을 동원해 직접 명태 채취에 나섰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서주영 연구원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진 제대로 실험해볼 기회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원은 "이제 밀 씨앗 구하러 다니는데 내일 아침 상에 당장 맛있는 빵이 올라올 것으로 기대하는 형국"이라며 부담감을 표시했다.
이날 10,000개의 낚시를 내렸던 이용석 선장은 "그래도 한 두 마리는 잡을 줄 알았지요"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창때는 10,000개면 7,000마리는 건져 올렸어요" 이 선장이 말하는 한창때는 1990년대 중반까지, 그러니까 20년 가까이 된 얘기다.
전문가들은 명태가 사라진 원인으로 우선 동해의 기후변화를 꼽는다. 지난 50년간 동해 수온이 1~1.5도 상승했고, 이 영향으로 한류성 어종인 명태의 산란과 부화가 어려워 졌을 것이라는 견해다. 또 다른 원인은 남획이다. 1971년 명태새끼인 노가리 조업을 허가한 이후 전체 명태어획량에서 노가리 비중은 60%이상으로 높아졌다. 개체수로는 90%가 넘었다.
고성 거진항에서 만난 어민들은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에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가끔 '얻어걸리는' 동해명태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수부도 러시아에서 수정란을 확보하고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아니다. "많이도 안 바래요. 소량이라도 잡히면 고성명태의 명성은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거지요 뭐"거진항 어부 임우진씨의 바램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사진부 기획팀=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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