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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 한국서 내가 입양하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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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 한국서 내가 입양하려 했는데…"

입력
2014.03.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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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양 104일 만에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숨진 현수. 먼 나라에서 3년 9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현수는 한국 땅에서 사랑 받으며 자랄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 기회는 입양기관에 의해 가로막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생후 1개월부터 여덟 달 동안 현수를 기른 위탁모 최연숙(45ㆍ가명)씨는 10일 "현수를 입양해 내가 키우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입양기관이 별다른 설명 없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아기가 좋아 지금도 경기 수원의 집 근처에서 아기 돌보는 일을 한다는 그는 가족들도 현수를 끔찍하게 아꼈다고 했다. 그는 "현수 사망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며칠간 눈물만 흘렸다"며 "남편은 '왜 진작 우리에게 입양시켜주지 않고 아이를 죽게 했느냐'고 통곡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아이들을 돌봤던 최씨는 2010년 6월 생후 한 달 남짓한 현수를 맡았다. 20대 초반이었던 친부모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현수의 병원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홀트 경기사무소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3남 1녀를 둔 최씨 부부에게 현수의 첫 인상은 '눈가에 항상 눈물이 고여 있는 애처로운 아기'였다. 최씨는 "보통 생후 3개월이면 스스로 몸을 뒤집기 시작하는데, 현수는 7개월이 돼서야 몸을 뒤집었을 정도로 성장이 더뎠다"며 "다른 위탁아동에게 손이 한 번 갈 때 현수에겐 두세 번 손이 갔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남편(51)도 매일 퇴근 후 현수 목욕을 도맡아 할 정도로 현수를 애지중지했다. 지체장애 3급인 막내 아들(14)과 현수가 꼭 닮았던 점도 최씨 부부가 입양을 결심한 계기였다.

그러나 최씨는 현수를 입양할 수 없었다. 최씨는 "'현수를 키우고 싶다'고 했지만 홀트 담당직원은 '위탁모에겐 기르던 아이를 입양시키지 않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홀트측은 현수를 서울 합정동 홀트 본부로 데려 오라고 했고, 홀트의 외국인 직원이 현수를 살펴보더니 '국외 입양 대상아'로 판정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당시 최씨의 현수 입양을 거절했던 홀트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위탁모는 입양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지만 최씨가 (입양을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고, 최씨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며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최씨에게 정식 입양절차를 권유했는지, 가정 형편을 직접 확인했는지를 묻자 "그건 아니다. 내가 답하기 곤란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각 기관은 입양 희망자의 건강 상태와 경제 형편을 확인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수원에 집과 농장을 소유하고 있었고 현수를 키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정식 입양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해줬다면 절차를 밟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인권ㆍ시민단체 9곳은 최근 "해외 입양 때 받는 수수료가 국내 입양보다 많고 상한선조차 없어 입양단체들이 국내 입양을 독려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현수는 2011년 2월 최씨의 품을 떠나 서울의 위탁모에게 넘겨졌고, 이후 최씨는 지난달 20일 미국 현지 수사기관이 현수의 양아버지 브라이언 패트릭 오캘러핸(36)씨를 1급 살인 및 아동학대에 의한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최씨는 "설마설마했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현수라는 걸 알았다. 우리가 입양했다면 성격 좋고 밝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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