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처음으로 선출됐다.
북한 중앙선거위원회는 10일 전날 실시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를 보도하며 "제111호 백두산 선거구의 전체 선거자가 전날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100% 찬성투표를 했다. 김정은 동지께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높이 추대되셨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3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로 추대됐다.
그러나 북한은 대의원 선거 이튿날 명단을 공개하던 과거 관행과 달리 이날 오후 10시까지 김정은의 당선 소식 외 다른 선거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체 13기 대의원 명단은 11일 일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선거 결과를 떠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북한 권력의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고모 김경희 노동당 비서를 대신해 '백두혈통'을 기반 삼아 김정은을 보좌할 친위세력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에 앞서 북한 매체들은 9일 대의원 선거 투표 소식을 전하며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황병서 부부장과 함께 김여정의 실명을 첫 호명했다.
김여정의 권력 진입 경로는 김경희와 비슷하다. 친오빠의 권력세습 과정에서 혈육으로서 정권 장악 과정의 제1 조력자 역할을 한 점이 그렇다. 김경희는 김정일이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낙점된 이듬해인 1975년 29세 나이에 당 국제부 과장으로 출발해 1년 만에 부부장으로 승진한 뒤 당 경공업부장, 정책검열부장, 인민군 대장, 정치국 위원 등을 거치며 김정일 정권을 떠받치는 확실한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김여정도 지난해 4월 김정은이 참석한 인민군 창건 81주년 연회 때 오빠를 배석한 모습이 보도되는 등 김정일 사후 노출 빈도를 늘려가며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하지만 김여정은 김경희와 달리 권력 비중과 진입 속도가 훨씬 압축적이다. 김경희가 10년 넘게 물밑에서 활동하다가 87년 당 경공업부장을 맡으면서 부상한 반면, 김여정은 이미 20대 나이에 김정은 우상화와 의전을 총괄하는 당 선전선동부 과장, 국방위 행사과장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전날 보도에서 김여정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으로 묘사해 그가 권부 깊숙이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이는 김정은의 이른 권력 승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일성 생전 20년 가까이 후계수업을 받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아버지의 급사 탓에 후계자 수업기간이 3년이 안된 채 최고권력을 거머쥐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의 장남인 정남은 김정은의 이복형제인데다가 '곁가지'로 분류되고, 동복 형제인 정철은 잠재적 경쟁자란 점에서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공유한 채 김정은을 도울 혈육은 김여정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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