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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동학 스토리텔링… 대중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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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동학 스토리텔링… 대중화 시급"

입력
2014.03.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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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다. 연초부터 각종 사회·종교단체의 동학 재조명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 대내외 환경이 구한말 상황과 너무나도 닮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동학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21세기 동학은 '동학정신'으로 집약된다. 동학을 "근대 민주주의의 시발"로 보고, 그 정신을 이어받자는 것이다. 경북대 김문기 교수(65·국어교육과·사진)는 "동학정신을 제대로 배우려면 상주동학교당을 찾아가야 한다"며 "상주를 동학의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주동학교당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동학 유물이 대량으로 남아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상주동학 유물 일체(1,425점)가 국가기록물(제9호)로 지정됐다. 김 교수를 만나 상주동학에 대해 들어봤다.

-상주동학은 생소하다.

"그럴 거다. 우리 역사는 상주동학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 평생 가사(歌辭)만 연구해온 나도 동학가사가 상주동학교당에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1980년대에야 알았다. 그렇지만 상주동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건 2000년 들어서다. 가사 연구를 위해 상주동학교당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동경대전, 용담유사, 동학가사 같은 책뿐 아니라 교기, 옷·장신구, 인쇄도구 등 100년 전의 동학 유물 1,400여점이 온전히 보관되어 있었다."

-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물을 확인하고 알아보니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상주를 동학 성지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동학정신을 높이 샀다. 그래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선근 원장에게 동학가사를 국역토록 지시했다. 동학가사 전 2권이 1979년 9월에 발행되었으니 작업은 그 전에 이루어졌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갑자기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상주는 동학의 메카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해 국가가 상주동학 유물 일체를 국가기록물로 지정했다.

"경북도와 상주시는 세계유산 등재를 서두르고 있다. 유물뿐만 아니라 동학교당이 여전히 건재하다. 교당은 일반 가정집과 다르다. 동학사상에 입각해 지어졌다. 연구가치도 가치지만, 보존이 시급하다. 현재 상주동학교당에는 교주 김주희 선생(1860~1944)의 후손이 살고 있지만, 초가로 된 옛집을 보수하고 관리하는 일을 개인이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상주동학 연구는 어디까지 이루어졌나.

"동학가사 총 6권이 올 8월이면 국역 완료된다. 지금까지 4권이 나왔다. 상주동학경전이라고 별도의 국역본도 발간했다. 상주동학의 특징은 김주희 선생이 수운 최제우 선생(1824~1864)의 동경대전을 바탕으로 다양한 버전의 경전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동학은 알려졌다시피 수운 선생에 의해 창도된 민족종교다. 동학에는 유불선 사상이 녹아있다. 우리에게는 우리 고유종교가 없다는 점에서 동학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김 교수가 새 교주를 하면 되겠다'고 농으로 넘기고 만다."

-일단 대중에게 상주동학의 존재사실을 알려야겠다.

"나 같은 연구자는 경전을 번역하고, 그것으로 논문을 쓰는 일에 매진하면 된다. 대중에게는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김주희 선생은 동학혁명을 겪으면서 처참한 죽음은 무의미하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상주의 깊은 산골마을로 숨어 경전과 가사 간행사업을 통해 동학정신을 대대손손 전하려는데 매진하다 일제의 고문을 받고 운명을 달리했다. 김주희 스토리도 필요하고, 동학교당 스토리도 필요하다. 또 쉬운 경전 스토리도 필요하다."

-향후 과제는.

"아직 번역해야 책들이 많다. 교당에 남아 있는 일기도 번역해야 한다. 아직 김주희 선생에 대한 연구도 체계화된 것이 없다. 그것 또한 남은 과제다. 내 지적 작업은 상주 동학 성지화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다. 동학은 근대사상, 민본주의, 인간존중 등 인류 보편적 가치가 두루 담긴 민족종교라는 점에서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상주동학이란. 수운 최제우의 사상을 이어받아 김주희가 1915년 상주시 은척면 우기리에 설립했다. 김주희는 동학혁명에서 얻은 교훈으로 일제에 맞서기보다 동학경전 및 가사 간행사업을 통해 동학을 후대에 전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일제의 탄압은 피할 수 없었다. 김주희가 고문 후유증으로 1944년 사망하면서 상주동학의 명맥은 끊어졌다.

글·사진=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약력

경북대 문학박사

전 국어교육학회장

전 한국어문학회장

전 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장

경상북도 문화재위원

경북대 퇴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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