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10일 국가정보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사건 진상조사팀을 수사팀으로 전환한 지 사흘 만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해당 문서들에 대해 "모두 위조됐다"고 통보한지 24일이나 지난 뒤여서 일각에서는 요식 행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간첩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이날 오후 5시 노정환 부장을 비롯한 검사 3명과 수사관 등 10여명을 강남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 보내 내부 문건과 컴퓨터 서버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에는 차량 4대가 동원됐으며,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인 만큼 국정원의 사전 협조를 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를 수사한 대공수사팀 사무실 등이 집중적인 압수수색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이 조작문서를 입수한 경위 ▦대공수사팀 및 상부의 공모 여부와 범위 등을 밝혀줄 단서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싼허(三合)변방검사참의 답변서를 위조했고 국정원도 이를 알고 있다"는 국정원 외부협력자 김모(61)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수집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 소환 조사에 착수하고도 압수수색을 미뤄 결과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용민 변호사는 "압수수색이 지나치게 늦었다"면서 "이미 국정원 직원들의 개입 정황이 상당부분 드러난 만큼 관련자들을 바로 구속해야 하며 검찰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정원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수사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5년 옛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정원의 불법도청 의혹과 관련해 첫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지난해 4월 대선개입 사건 때도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국정원 압수수색은 사실상 국정원측의 안내를 받으며 실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은 없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증거조작 의혹에 연루된 대공수사팀 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신속한 수사를 위해 수사팀에 검사 1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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