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에 나선 10일 시민들은 동네 의원을 찾았다가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문을 연 곳을 찾느라 불편을 겪었다. 동네 의원과 종합병원 전공의 중 약 30%가 참여한 이날 집단휴진은 '의료 대란' 수준은 아니었지만 시민들 사이에선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부 박모(35ㆍ부산 해운대구)씨는 딸 김모(4)양이 밤새 고열에 시달려 아침부터 발을 동동 굴렀다.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느 병원이 문을 닫을지 몰랐기 때문. 박씨는 오전 9시부터 일일이 전화를 돌려 집 주변 아동병원 3곳 중 2곳이 문을 연 것을 확인했다. 병원 대기실에는 평소보다 2배쯤 많은 아동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씨는 "가뜩이나 월요일엔 아이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데 문 닫은 곳이 많을까 봐 가슴 졸였다"며 한숨 쉬었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김모(41)씨는 "독감 증세를 보인 딸을 데리고 동네 의원을 찾았다가 휴진인 것을 알고 대학병원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려 치료 받았다"며 "휴진 여부를 알렸다면 불편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전날 저녁 멍게를 먹고 장염에 걸린 대학생 이규성(23ㆍ서울 길음동)씨는 아예 병원 갈 생각은 하지도 않고 약국에 들렀다. 이씨는 "의료파업 소식을 듣고 괜히 헛걸음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일부 개원의들은 의료법 위반을 피하려 오전에 문을 열어 한두명 환자를 받은 뒤 "몸이 아프다"며 휴진하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J외과는 이날 '개인사정(독감)으로 하루 휴진합니다. 죄송합니다'란 문구를 내걸고 휴진했다.
대학병원 전공의들도 일부 파업에 참여했지만 진료는 대체로 정상 운영됐다. 신촌ㆍ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의 290여명이 휴진에 참여했지만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인력은 휴진하지 않아 응급상황 미대처나 수술 취소 등의 사태는 없었다. 고대안암∙구로∙안산병원, 아주대병원, 한양대병원, 인제대서울백병원 등 63곳이 참여했다고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밝혔다.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 188명과 인하대병원 전공의 120명은 오전 휴진했다가 이날 오후 3시쯤 모두 복귀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휴업한 동네 의원은 8,339곳(29.1%)이다.
이날 각 보건소는 오전부터 관내 병원에 전화로 휴진 여부를 확인해 현장조사를 나가 휴진이 확인된 병원에는 업무개시 명령서를 붙였다. 보건소는 오후 10시까지 진료실을 연장 운영했다. 마포구 보건소 관계자는 "오늘까진 주말에 이어 '3일 연휴'와 비슷해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진 않았다"며 "그러나 24일부터 2차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지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