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펀드가 2000년대 후반 국내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기관투자자들 전용 투자상품이었다.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은 미리 사서 보유하고(롱) 내릴 것 같은 종목은 팔아서(숏) 수익을 얻는 롱숏펀드는 당초 거액을 굴리는 기관투자자들이 위험 분산을 위해 운용액의 일부 금액을 투자하는 파생상품으로 개발됐기 때문.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목표수익률이 낮았다.
하지만 최근 사정은 달라졌다. 초저금리에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장기간 머물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적당한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 예금금리보다는 높은 연 3~6%대를 보장해주는 롱숏펀드에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2년 말 1,773억원이었던 롱숏펀드의 설정액은 최근 2조334억원으로 1년 만에 10배 이상 커졌다. 연초 이후 5,000억원이 유입됐고, 최근 6개월간에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인기의 이유는 검증된 수익률.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지난해 롱숏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대다. 시장기대치의 두 배 이상을 달성했다. 2011년 6월 출시된 롱숏펀드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W의 경우 최근 2년 수익률이 20%에 육박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0.92%였다.
롱숏펀드는 박스권 증시에서 수익을 내기 쉽다. 최근 3년간 코스피지수가 1800~2000선을 오가며 등락을 거듭한 덕분에 주식을 사고팔면서 차익을 누렸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롱숏펀드 수익률은 증시 전반의 활황세이나 침체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차익거래를 할 여지가 큰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때 수익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외로 큰 손실을 입을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투자 종목이 예상했던 등락폭을 벗어나 급등락하면 손실폭도 크게 늘어난다. 게다가 롱숏펀드 설정액이 늘어날수록 해당 주식을 사고 파는 단위가 커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롱숏펀드 설정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증권자투자신탁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다른 롱숏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도 -0.04%로 1년(7.33%)과 2년(11.77%)에 비해 감소한 것도 롱숏펀드에 투자금이 크게 늘어난 부작용으로 해석된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롱숏펀드는 운용자의 전략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좌우된다"며 "펀드를 선택할 때 운용자가 과거에 어떤 실적을 올렸는지 유심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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