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것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시장의 좌판이 아닌가 싶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시장에 봄나물이 깔리면, 우리 식탁에도 봄이 오기 시작한다. 봄나물이라 하면 친숙한 냉이나 달래 등이 늘 떠오르지만, 사실 진짜 맛있는 봄나물은 다른 곳에 있다.
오늘 추천하는 봄나물은 민들레다. 친숙한 식물이지만 민들레를 '봄날에 먹으면 가장 맛있는 나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들레는 약재로 쓰일 정도로 많은 효능이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시면 간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고, 기침이나 위궤양에도 좋다. 차를 만들기 어렵다면, 생민들레 즙을 내서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필자는 민들레를 약재가 아닌 나물로 자주 사용한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의 새잎을 내민 민들레는 연할 뿐만 아니라 쓴맛이 적다. 그래서 5월전까지 나오는 민들레 잎은 요리를 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첫 번째 방법은 민들레 잎을 차가운 물에 씻은 후 물기를 털어버리고 보리밥 한 숟가락에 된장을 발라 쌈으로 먹는 것이다. 쌉쌀하고 고소한 맛으로 겨울철 잃었던 입맛이 살아 돌아올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민들레를 6~7㎝ 길이로 썬 후 다진 마늘, 굵은 고춧가루, 깨소금, 약간의 까나리액젓, 매실청, 고소한 들기름을 넣고 무쳐먹는 것이다. 들기름의 고소한 향과 달콤한 매실향, 그리고 감칠맛 나는 액젓이 쌉쌀한 민들레맛과 어우러져 입안에서는 맛의 폭발이 일어난다. 민들레 무침 한 접시면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여기에 방금 구운 고기나 두부 한 점을 곁들이면 영양만점 식단이 완성된다.
세 번째 방법은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 민들레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고추장독에 넣어두는 것. 올해 가을쯤이 되면, 민들레 장아찌는 또 다른 진미가 된다. 쌉쌀하면서 매콤하고 짭짤한 민들레 장아찌는, 고추장독에서 꺼내 잘게 썬 후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살짝 무쳐주면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반찬이 된다. 장아찌만 가지고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칼국수나 소면의 고명으로 사용해도 좋다. 쌈장 대신 사용해도 알찬 반찬이 된다.
민들레뿌리만 모아서 깨끗이 씻은 후 무쳐내도 봄에 먹는 씀바귀나 고들빼기 못지 않은 뿌리 나물이 된다.
민들레는 흰 민들레와 노랑 민들레로 구분되는데, 주변에서는 노랑 민들레가 자주 보인다. 보통 흰 민들레가 약효가 더 좋다고 해서 약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다만 도시의 공원이나 하천주변의 땅들은 중금속 등으로 오염돼 있어 봄철에 이런 곳에서 나물을 채집하면 각종 오염물질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주엔 재래시장에 한번 나가 좋은 민들레를 한 다발 구해보자.
권우중 CJ푸드빌 한식총괄셰프
H2014030900348.jpg 쌈, 무침, 장아찌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식재료 민들레 나물의 모습. CJ푸드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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