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쓴 에머리 로빈스(67)는 신재생에너지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스노매스의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산속에 비영리단체인 록키마운틴연구소를 세워 재생에너지 활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방한해 서울시가 주최한 '국제에너지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도 했다. 2009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던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3년을 맞는다. 원전의 위험을 입증한 이 사고를 겪은 일본은 물론 미국, 한국 등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원전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일본에서는 70%의 국민이 원전을 폐쇄하길 바라고 있다. 원전의 효율성과 안전 문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가 원자력보다 안전하고 값싸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원전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도 이익을 창출하지도 못한다. 미국도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민간자본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원전에 대한 반대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원전은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사라질 것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 보다 받아들이기 쉽고 생산량도 더 많기 때문에 계속 투자가 늘 것이고 결국 원자력을 대체할 거다."
-책 제목을 왜 라고 붙였나. 2050년을 목표 연도로 제시한 이유는.
"2050년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건 아니다. 미국이 석유와 석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걸릴 시간을 추정해 본 것이다. 고대의 불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고 화석연료의 불은 오늘날 '현대' 사회를 만들었는데, 새로운 불이 인간의 미래와 안전과 건강을 창출해 낼 거라 생각해 그런 제목을 붙였다."
-책에서 기업의 관성을 큰 장애물로 꼽았다. 기업 뿐 아니라 정부나 시민들의 관성도 문제다. 이런 관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실질적인 경제성장 사례가 기업과 국민 그리고 정부의 관성을 깨부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성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에너지가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안다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탄소 배출을 줄여 2.6% 성장을 끌어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는 5조 달러에 가까운 돈을 절약한다. 이런 경제적 인센티브가 관성을 극복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기업이 장기 이윤을 위해 손해를 보거나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려 할 것 같지 않다.
"책에도 많은 사례가 등장하지만 미국 다우케미컬의 경우 1조 달러를 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9조 달러를 벌었다. 이런 이익이 되는 사례들이 더 많은 기업들로 하여금 에너지 절약 사업에 뛰어들게 만들 것이다. 산업혁명 당시 누구도 새로운 형태의 산업에 뛰어들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돈이 되자 모두가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장 적절한 재생 에너지원과 가장 필요한 에너지 정책은.
"서울은 굉장히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들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디커플링(Decoupling)'이다. 한국에서는 소비자가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이 기업 이윤으로 연결된다. 미국의 경우 35개 주에서는 전기 소비와 기업의 이윤이 정비례하지만 15개 주는 그렇지 않다. 한국도 이런 점을 개선한다면 효과적으로 전기를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지면 정유회사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그런 기업들이 이미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일본은 물론이고 독일, 덴마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 산업은 굉장히 이익 창출적이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태양 에너지와 관련된 직업의 성장률이 전체 직업 성장률보다 10배 높다. 또한 미국에는 태양에너지산업과 관련된 직업이 철강이나 석탄과 관련된 직업보다 훨씬 많다. 준비만 한다면 충분히 번창할 거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재생에너지 활용에 부쩍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두 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건설적인 방향으로 변화 중에 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서 배우고 서로를 돕고 있다. 사실 중국과 미국이 세계 에너지의 38%를 사용하고 있고 두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합치면 세계의 47%에 달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석탄을 태우는 나라이고 가장 많은 양의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다. 현재 중국 정부와 향후 35년간의 에너지 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 3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