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조작 사건은 지난달 14일 중국 정부가 검찰이 제출한 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다고 통보하면서 파문이 커졌지만, 이미 법정에서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의혹이 제기돼 검찰과 변호인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6일 비공개로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유우성(34)씨의 변호인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이 위조됐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우선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이 발급한 '출-입-입-입' 표기 문서(진본)를 제출했다. 검찰이 11월 1일 재판에서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라며 제출한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 기록('출-입-출-입'표시)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변호인은 이어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적이 없다는 허룽시 공안국 관계자의 진술이 담긴 동영상, '출-입-입-입' 기록은 "전산시스템 오류 때문이며 (변호인측 자료) 유효한 증서"라는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정황설명서도 냈다.
이날 공판에 참여한 양승봉 변호사는 "반대편에 앉아 있던 검사들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당시 검사는 '출-입-입-입' 기록을 자신들도 수사 단계에서 입수했다고 처음 인정했으나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확보한 11월 1일 제출 기록이 맞다"는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양측에 다시 입장을 정리해 제출하도록 주문했다.
이후 검찰과 문제의 문서들을 구해 온 국가정보원은 비상이 걸렸다. 국정원은 외부협력자 김모(61)씨를 접촉해 "변호인이 제출한 싼허검사참 정황설명서를 반박할 자료를 구해오라"고 지시했다. 김씨가 위조해 온 싼허검사참 답변서의 발급 날짜는 12월 13일로 돼 있다. 국정원은 이를 같은 달 17일 검찰에 건넸고, 검찰은 20일 열린 4차 공판 때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측 정황설명서가 합법 문서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이미 문서 2건의 위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또 위조 문서를 내는 무모한 대응을 한 것이다.
중국 기관에서 발급 받았다는 양측 문서 내용이 크게 엇갈리자 재판부는 12월 23일 중국 대사관에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지난달 14일 중국 정부가 회신한 결과는 변호인측의 완승이었다. "검찰이 제출한 문서는 모두 위조됐고, 변호인측 문서는 합법서류"라는 중국측 답변으로 간첩 사건은 '간첩 조작' 사건으로 전환됐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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