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의 언행이 어지럽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을 결정하자 마치 결별할 것처럼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일단 잔류를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 자가 얼마나 거짓말했는지 알아야겠다"고 비판한 뒤 몇 시간 뒤에는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윤 의장의 오락가락 언행에 대한 논란과 함께 통합 결정 이후 윤 의장과 안 위원장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윤 의장은 9일 "진담이었으면 그렇게 과격하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최근 언론인터뷰 내용을 농담으로 치부했다. 그는 "언론보도 이후 안 위원장이 전화로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며 결별설도 부인했다. 앞서 윤 의장은 극소수 측근 인사들과 통합 결정을 내린 안 의원에 대해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면서 "아카데미상을 줘야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윤 의장의 발언이 통합 발표 이후 새정치연합 내 갈등 기류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이 독자세력화를 추진할 당시 윤 의장은 핵심 인사였으나 통합 발표 이후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의장은 지난 2일 민주당과의 통합 발표 한 시간 전에야 내용을 통보 받았고, 이튿날 중앙운영위원회의에선 안 의원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의장은 이후 민주당 측 신당추진단장인 설훈 의원과 각을 세우는 등 통합 논의에도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그는 설 의원에 대해 "공작정치가 새정치를 할 수 있겠냐"는 독설과 함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근인 자신을 향해 "로비스트인 최규선씨로부터 20만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했던 설 의원에 대한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탓이 크지만 윤 의장의 좌충우돌은 한동안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윤 의장이 아직까지 새정치연합과 결별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관계는 매우 불안정하다. 그는 "새정치연합에 올 때 6월 지방선거를 치르고 당 체제를 정비하는 것까지 해서 1년 정도 일한다 마음먹었다"면서 "통합신당에서는 내가 무슨 대단한 역할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통합신당의 정강ㆍ정책과 당헌ㆍ당규를 보고 민주당의 (새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윤 의장의 잇단 오락가락 행보에 새정치연합도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현재 윤 의장은 민주당과의 협상에 적극 관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통합신당 출범 이후엔 역할이 더 애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출직 공직이나 당직에 나서지 않는 한 윤 의장은 통합신당 상임고문 외에 마땅한 역할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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