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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305억 횡령… 거물 기업사냥꾼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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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305억 횡령… 거물 기업사냥꾼이 주도

입력
2014.03.0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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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범기)는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를 자본 없이 인수한 뒤 수백억원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이 회사 정모(47) 전 대표와 남모(39) 전 경영지원본부장, 공범 유모(43)씨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 전문 기업사냥꾼 A씨가 깊이 연루돼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의 회사 인수 경위와 범행 공모 여부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9일 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남씨와 짜고 2012년 2월 사채업자 등을 동원해 유씨 명의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디지텍시스템스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이 회사와 계열사 자금 170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또 유씨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대금을 대기 위해 생산설비 구매 지출 내역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수법으로 회사 돈 135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유씨는 디지텍시스템스에서 빼낸 자금을 변제하기 위해 새로 인수한 회사 자금 30억원을 횡령한 사실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정씨 등이 사채업자를 동원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기업사냥꾼 A씨 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A씨는 2011년 3월 코스닥 상장사인 K사의 인수 과정에 개입해 70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 거물 기업사냥꾼으로 통하는 A씨는 2010년 12월에도 유사 범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 판결 받아 현재 집행유예 기간이다.

검찰은 A씨가 정씨 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사채업자를 소개시켜 준 뒤 회사 돈을 빼내 빌린 돈을 갚도록 하고 그 중 일부를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 사이에 오간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정씨 등도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상당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정씨 등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을 위조해 미화 1,720만달러(180억원 상당)를 사기로 대출 받았다며 한국씨티은행이 고발한 사건도 함께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이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 2곳에 납품하면서 한국씨티은행에 가짜 매출채권을 양도하고 거액을 대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채권은 상품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으로 외상매출금과 아직 받지 못한 어음이다.

업계에는 디지텍시스템스가 공장 등을 담보로 다른 은행에서도 1,000억원 가량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액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1차 납품업체로 코스닥 상장사인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정씨 등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경영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상장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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