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사관생도의 음주와 흡연, 결혼을 금지해 온 '3금(禁)'제도를 대폭 완화한다. 1952년 육사11기부터 이 조항을 적용한 이후 62년 만이다. 사관생도의 인격권을 존중하고 시대적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다.
육사는 9일 "학교 밖에서 공식적인 활동이나 제복을 입은 상태가 아닐 경우 음주와 흡연을 문제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 자유롭게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는 얘기다. 현행 규정은 음주의 경우 영내에서는 학교장이 승인할 때만, 영외에서는 부모나 영관장교 이상이 주관하는 행사에서만 가능하도록 엄격히 제한했다. 흡연은 영내ㆍ외를 막론하고 아예 금지돼 왔다. 다만 음주와 흡연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체력평가 수준을 높여 자연스럽게 금주와 금연을 유도하기로 했다.
학교 밖에서 이성과의 성관계도 앞으로는 허용된다. 법적ㆍ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에서다. 결혼은 여전히 금지되지만 양가 부모의 건강상 이유 등 합리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학교장 승인을 거쳐 약혼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생도의 여자친구가 임신ㆍ출산을 하거나 여생도가 임신하게 되면 부양의무가 발생해 정상적인 생도생활이 어렵다고 판단, 퇴교 조치가 내려진다.
또한 생도간에 이성교제가 가능하지만 ▦입학 첫해인 1학년 기간이나 ▦같은 중대생도끼리 ▦지휘선상에 있는 선후배 사이인 경우 등에는 이성교제가 금지된다. 아울러 영내에서나 제복을 입은 경우 애정표현이 금지되고, 생도간 이성교제는 학교에 보고해야 한다.
육군이 이처럼 규정을 바꾸려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3금 규정을 사실상 예외 없이 엄격히 적용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2011년 소위 임관을 앞둔 한 생도가 외박을 나가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적발돼 퇴학처분을 당했지만 무효소송을 제기해 올 1월 항소심에서 승소하자 논란이 거세졌다. 육사 규정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국간성(護國干城)의 요람'이라는 사관학교에서 군인의 덕목인 자기절제와 규율, 사명감을 함양하기보다 사회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데 급급한 것은 문제라는 반론도 나온다. 육사는 12일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개선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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