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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돌고래 출산, 축하만 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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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돌고래 출산, 축하만 하기엔…

입력
2014.03.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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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암컷 큰돌고래 장꽃분(15)이 25㎏의 새끼를 낳은 것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출산 성공률이 낮은 수족관의 돌고래가 어렵게 새 생명을 탄생시켰지만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들은 폐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 수족관에선 개장 5년만에 돌고래 6마리 중 2마리가 폐사했던 경험이 있어 새끼 돌고래 관리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관계자는 9일 "꽃분이와 새끼 돌고래 모두 건강한 상태"라며 "2주 정도 산후조리기간을 갖기 위해 돌고래 수족관인 생태체험관을 임시 휴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임신 사실이 확인된 돌고래 장꽃분은 이달 7일 오전 11시40분 몸길이 1.1m, 몸무게 25㎏의 새끼(수컷으로 추정)를 출산했다.

하지만 돌고래 탄생의 기쁨과는 별도로 수족관에서 출생한 새끼 돌고래는 수명이 매우 짧은 편이어서 우려가 앞서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안용락 해양수산연구사는 "수족관에서 임신한 암컷의 30%가 사산하고, 태어난 새끼의 절반 이상이 한 달 안에 죽는다"고 말했다. 새끼 돌고래에 대한 향후 관리가 절실한 이유다.

고래생태체험관 관계자도 "출산 이후 새끼가 폐사하는 일이 잦다"며 "수족관 출산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했다. 무리 생활을 하는 돌고래는 다른 암컷의 출산과정을 지켜보며 간접학습을 하지만 수족관의 돌고래는 그런 경험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1995~2012년 제주 퍼시픽랜드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4.32년에 그쳤다. 이 기간 동안 총 6마리가 세상의 빛을 봤지만 2008년생 똘이를 제외한 5마리는 모두 10년 이상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자연상태에서 돌고래의 수명은 30~50년에 달한다.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활동가는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수명은 자연상태에서보다 훨씬 짧다"며 "이번에 태어난 꽃분이의 새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은 큰돌고래 6마리를 일본에서 들여왔으나 2009년 개장 초기 한 마리가 폐사했고, 2012년에는 병에 걸려 죽은 큰돌고래의 사체를 체험관 화단에 묻었다가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었다.

수족관 돌고래의 폐사율이 높은 이유는 제한적인 공간과 수질관리기계가 내는 소음, 사람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 등의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내 수족관이라 햇빛을 통해 합성되는 비타민D 등 영양물질이 부족해 폐사율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안용락 연구사는 "1992년 공연을 목적으로 한 포획이 금지된 이후 현재 미국 동물원ㆍ수족관에 있는 돌고래는 대부분 그 안에서 자체번식을 한 개체들"이라며 "미국 동물원의 번식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야외에 자연과 비슷한 환경의 수족관을 꾸몄기 때문으로 우리도 폐사율을 낮추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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