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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대토론 갈등 넘어 통합으로] <1> 이념갈등과 실천적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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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대토론 갈등 넘어 통합으로] <1> 이념갈등과 실천적 해법

입력
2014.03.0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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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민 국가'라고 할 정도로 갈라진 원인은孫 "분단 상황에서 관용 부족하고 인터넷이 선정주의 부각"李 "언론·법원·지식인 등이 중재 역할 제대로 하는지 의문"수구꼴통·종북좌빨… 우리 사회 이념구도 특성은孫 "DJ정부 남북정상회담·햇볕정책이 이념 논쟁 기폭제"李 "국보법 존속 측에 모멸감을 준 盧정부서 대립 본격화"보수는 철학이 없고… 진보는 대표성 허약?李 "MB정부 땐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 프레임 씌워"孫 "진보정권 10년간 양극화 심화… 北 인권문제도 외면"생산적 경쟁 속에서 사회 통합 해법은李 "쌍용차 해고 등 판결 전에 대통령이 먼저 해결했다면…"孫 "이념 논쟁보단 정책 논쟁… 합의제 민주주의 토대 필요"

이념갈등과 실천적 해법

대한민국을 사분오열하는 갈등의 밑둥치에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 구도가 자리잡고 있다. 진영을 두 쪽으로 가르는 이념갈등을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도 기대할 수 없다. 창간 60주년을 맞은 한국일보가 지상 대토론 '갈등 넘어 통합으로'의 첫 주제로 이념갈등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념갈등 현상을 진단하고 실천적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에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법학)와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각기 보수와 진보 진영 대표로 참석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5일 한국일보사에서 열렸다.

두 학자 모두 극한 이념대결 현상과 관련해 "진보와 보수의 이념논쟁 그 자체 보다 각 진영이 이념을 동원해 갈등을 조장하는 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붕괴된 이후 사법부의 독립이나 언론자유를 거론하면 모두 '종북 프레임'으로 묶어 버렸다"고 보수 진영을 질타했고 손 교수는 "진보의 주류는 북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보 진영을 비판했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양측이 북한이라는 이념요소를 입맛대로 왜곡하면서 도리어 이념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념갈등의 해법으로 두 교수는 정치권의 각성과 언론의 자제를 당부했다. 손 교수는 "추상적 이념 논쟁보다는 정책 논쟁이 가능해져야 하고 합의제 민주주의가 가능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치개혁을 촉구했고 이 교수는 "언론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과 별도로 (자기 진영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특정 사건을 외면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사회자인 김 교수는 "가치갈등으로서 이념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당과 언론 등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호기 교수(사회자)= 우리 사회에서 이념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1987년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이후다. 이른바 진영이 구축되면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되풀이돼 왔다. '두 국민(two nations) 국가'라는 말이 적합할 정도로 이념이 사회와 정치를 완전히 갈라놓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손호철 교수=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심한 것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과 연정을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민주 진영이 크게 반발했을 때 "한나라당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 속에 진리가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정책적으로 차이가 없는데 이념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그 원인의 첫째는 결빙돼 있던 갈등이 87년 이후 폭발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이념적 관용지수가 낮다는 것이고 셋째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념의 본래 내용보다 선정주의가 부각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권이나 언론들이 이념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항상 부채질 한다는 점이다.

이상돈 교수= 이념이 사회를 갈라놓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언론이 간극을 심화시킨 대목도 있다. 언론은 자사 성향대로 의견 기사를 쓸 수 있지만 언젠가부터 같은 나라에서 나오는 신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념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 (각 진영이) 각기 다른 정책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갈등 그 자체를 위한 갈등,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갈등을 조장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나 법원, 지식인사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념논쟁의 현주소

사회자= 다른 나라의 경우 대개 집권 1년 차에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차분히 지켜보는 게 관례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 1년도 치열한 이념논쟁이 벌어졌다.

이 교수= 노무현 정부 초에 탄핵 논란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촛불집회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 와서는 그런 게 없을 줄 알았는데 국정원 트위터 논란, 대선 불복 논란이 터졌다. 현안마다 이념을 이용해 공격하고 또 방어하는 양상이 됐던 것 같다.

손 교수= 과연 사생결단을 해야 할 만큼 이념의 차이가 있는지 묻고 싶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는데 뉴라이트 역시 신자유주의를 들고 나왔다. 그렇다면 뉴라이트 단체는 노무현 정부를 지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엄청난 갈등이 있었다. 이 교수가 지적했듯 이념이 '동원'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념논쟁이 건설적 정책 수렴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파괴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 교수=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를 추진하는 등 진보노선에서 일탈하기도 했지만 민생과 관련 없던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학법 개정으로 논란에 불을 질렀다. 이런 논란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고, 그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한국의 보수 집단을 결집시킨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은 자유주의 경제체제와 180도 달랐다. 이게 한국 이념의 현실이다.

사회자= 이념을 가르는 논쟁의 이슈로 성장과 분배 또는 시장과 국가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 등을 둘러싼 역사적 이슈와 북한 문제 등을 포함한 대외정책 이슈가 더 큰 영향을 미쳐왔다. '친미우파' '친북좌파' '수구꼴통' '종북좌빨' 등의 분류가 판을 치는 이념구도의 특성을 어떻게 봐야 하나.

손 교수= 우리 사회 이념논쟁에선 남북문제가 중요하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됐던 남북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이 이념 논쟁의 기폭제가 됐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로 인해 보수의 위기의식은 커졌다. 사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는 경제문제나 민생문제에 있어 '신 자유주의적'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문제를 중심으로 한 이슈들에선 이념 갈등을 보여 왔다.

이 교수= 국가보안법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과거에 남용했던 것이 문제였다. 노무현 정부는 국보법의 남용을 막으면 되는데 아예 폐지하려 했고,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모멸감을 준 게 결국 정권 와해로 이어졌다. 당시 많은 이들이 보수의 장기집권 시대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사실 진보가 쉽게 무너지진 않는다. 어찌됐든 노무현 정부가 갈등과 대립을 본격화시켰다는 평가를 부정할 수는 없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평가

사회자= 보수주의라 하면 안정 속의 개혁과 공동체의 사회통합을 중시한다. 우리 사회는 최근 '안보적 보수'와 '시장적 보수'로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두 그룹 모두 점진적 개혁과 사회통합에 그렇게 충실한 것 같지 않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 세력만 있고, 정작 보수 철학은 부재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사회 보수의 문제는 무엇인가.

손 교수= 이명박 정부 시절 '공동체 자유주의'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나간 적이 있다. 당시 보수를 대표한 토론자가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게 보수지 보수가 무슨 공동체 주의를 내세우냐, 그건 진보의 담론이다"라고 화를 내더라. 그래서 "대한민국 보수가 개인의 자유를 위해 싸워본 적이 있느냐, 국가보안법 폐지부터 모든 사상의 자유를 놓고 싸운 것은 다 진보주의였다. 보수는 항상 조국과 민족을 위해, 국가안보를 위해 떠들었지 개인의 자유를 위해 싸워 본 적이 없다"고 따진 기억이 있다. 이런 게 한국 보수의 큰 문제점이 아닌가.

이 교수=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보수 아닌가. 민주주의나 법치주의 사안마저 이념의 잣대로 덮어가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과거 예비역 장성들이 '4대강 반대하는 종북세력 타파하자'는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한 적이 있다. 당시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 세력이 됐다. 심지어 103층짜리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해도 종북 프레임을 씌웠다. 모두 이명박 정부 때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전까지 자신이 보수라는 말을 안 했다. 항상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이 국민적 저항에 부닥쳤고 이에 맞서기 위해 제멋대로 이념 프레임을 동원했다.

사회자= 진보는 어떤가. 통합을 결정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을 진보로 볼 수 있는가. 이익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게 진보이지만 너무 이합집산하는 것은 아닌가. 시민사회에는 보수 대 진보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정치사회에서는 진보의 대표성이 허약하다. 우리 사회 진보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이 교수= 우선 대북문제를 보자. 진보는 북한을 도와주고 경제 지원을 해야만 북한 정권이 별안간 무너져 큰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진정한 인권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이 좋다. 이런 생각이 진보 진영에는 없는 것 같다. 독일의 통일 역시 정권 붕괴로 인한 혼란은 있었다. 북한을 도와줘야 혼란이 적다는 식의 비용효과를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조건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는 생각에 고착돼 있는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무턱대고 부유한 사람 세금을 많이 걷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발상은 잘못됐다.

손 교수= 동감하면서 2008년 대선에서 진보가 패배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보 정권 10년을 한쪽에선 좌파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라고 말하지만 대한민국 역대 정부들 중 사회를 가장 양극화시킨 정부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경제분야 업적으로만 애기하면 박정희 정부보다 반민중적인 정부였다. 저소득층 유권자의 지지율만 보면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2008년 대선에서는 이들이 오히려 보수였던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 또 진보 진영은 한미 FTA나 철도민영화 등과 관련해 입장을 번복했는데 반대를 하기에 앞서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을 먼저 했어야 한다. 반성이 없으니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 또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진보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념갈등의 해법

사회자= 토론 주제인 통합 문제로 돌아가서 이념갈등을 넘어설 해법은 무엇인가. 진정한 통합은 차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차이를 존중하면서 국민적ㆍ국가적 시각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념갈등도 생산적 경쟁 속에서 질 높은 통합을 지향해야 한다면 선결과제는 무엇인가.

이 교수= 통합이 거창한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쌍용차 국정조사와 MBC해직기자 문제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거론했다. 하지만 대선 막바지로 접어들어 국정원 댓글 사태가 부상하면서 그 목소리가 들어갔다. 통합은 비정상과 그에 따른 아픔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결국 법원이 쌍용차 해고나 MBC 해직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통령이 법원 판결에 앞서 해결했더라면 대통령 지지율도 더 높아졌을 것이고, 극단적인 대립 정치에서 벗어 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자= 정치의 속성상 한편으로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사회·국민통합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 정치는 통합에 미숙한 게 아닌가.

손 교수= 우선 추상적 이념 논쟁을 구체화된 정책 논쟁으로 바꿔야 한다. 이어 합의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도록 독일식 선거제로 바꾸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내각제도 논의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반지성화도 문제다. 토론과 논리는 사라졌고 옳고 그름을 떠나 어느 편인가만 따진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의 역할도 지적하고 싶다. 특히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편향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는 이런 문제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사회자= 이념갈등은 '이익갈등'인 동시에 '가치갈등'이다. 상대방에 대한 관용만 강조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익갈등으로서의 이념갈등이 계층갈등과 밀접히 연관해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이 교수= 2012년 국회 마지막 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다. 과반수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국회가 자각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노력에 의미가 있다. 안철수 의원이 내세웠던 정치 쇄신 같은 것도 국민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언론이 보편적 국민 독자를 상대하지 않고 자기들을 봐주는 고정독자만 상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의 공공성이 신뢰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손 교수= 정당의 경우 신인 정치인들이 보다 개혁적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선정적이고 분열조장적인 게 현실이다. 지난번 국정원 논란 때만 해도 한 중진의원은 "우리가 잘못했다"고 소신 발언을 했지만, 젊은 의원들은 오히려 돌격 자세만 취했다. 정당 문제는 공천권과 관련돼 있다. 당내 민주화 문제와 윤리문제, 품위문제는 시민사회가 늘 모니터링하며 경고하는 방식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정리=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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