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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하나로 울림 전하는 베트남 청년, 한국 전통 음악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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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하나로 울림 전하는 베트남 청년, 한국 전통 음악에 빠지다

입력
2014.03.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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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현악기는 한 음을 최대한 길게 늘이고 다독이며 희롱하려는 욕망을 원초적으로 갖고 있다. 1,000년 전 탄생한 베트남의 전통 악기 단보우는 일현(一絃)이라는 가장 단순한 구조로 그 바람을 현실화했다.

베트남 청년 레화이프엉(黎迴方ㆍ32ㆍ한양대 한국음악과 박사 과정)은 서른도 안 돼 그 섬세한 악기의 달인이 됐다. 그는 이제 한국 전통 음악의 맛에 흠뻑 취해 아시아 문화의 새 지평에 닿으려 한다. 그 행보는 변방의 민족 음악이 세계 음악의 언어를 흡수하고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확대 실현하고자 하는 발전 논리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0년 9월 한양대 장학생으로 입학, 교내 기숙사에서 생활해온 그가 13일 부산문화회관대극장에서 부산시립 국악관현악단의 반주로 작곡가 황호준의'어갠스트 더 월(Against The Wall)'을 연주한다. 지난 1월 성남시립국악관현악단의 제40회 정기 연주회에도 참여했던 그와 단보우를 한양대 기숙사에서 9일 만났다. 왼손의 조절 막대인 건단을 당기면 음이 높아지고 늦추면 낮아지는, 일견 단순한 원리로 작동되는 악기를 제대로 묘사하고자 하나 글이 짧아 그 현묘함을 필설로 옮길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단보우는 어떻게 연주하나.

"왼손으로 쇠막대(건단)를 움직여 가며 장력을 조절해 음의 고저를 만들어 내고. 오른손으로는 피크로 1m 길이의 철삿줄을 퉁긴다. 현은 원래 명주실로 써 오다 1950년대 이후 바뀌었다. 현재는 악기 뒷면에 홈을 만들어 소리를 확대하는 픽업 장치를 단 개량형을 쓰고 있다 (그의 단보우 뒷면에는 픽업을 구동하기 위한 건전지 장착용 홈이 파여 있다.)

-어디서 배웠나.

"9살부터 단보우를 연주했다, 그전에는 바이올린을 켰으나 어머니가 권유한 이 악기에 대번 매료됐다, 호치민시의 대표적 콘서바토리인 후에(Hue) 음악학교에서 대학원 수준까지 단보우를 수업했다. 후에는 문화부가 관리하는 국가적 음악 교육 기관인데 한 학년 당 학생수가 100여명을 헤아린다."

-그 밖에 다루는 전통 악기가 많을 텐데.

"땀따블루땀(양금), 샤오(소금), 단챙(가야금과 비슷), 단니(해금과 비슷), 단누엣(두 줄의 월금), 단떠릉(실로폰같이 생긴 타악기), 여러 가지 종(월남의 전통 북)도 연주한다."

-학교 졸업 후 행보는.

"중앙가무악단, 탕럼가무악단 등 대표적 전통 악단의 단원으로 혹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2000년부터 4년간 하노이 음악대학에서 공부, 수석을 유지했다. 2003년에는 격 4년으로 열리는 전통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 1년 베트남음악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2006년은 한국서 열린 무대'아시아의 동반자'에 참가, 베트남 라오스 몽골 미얀마의 전통 악기 연주가들과 함께 한양대 중앙대 등지에서 연주했다."

-한국 전통 음악은 어떻게 만났나.

"2007~2010년은 문화부의 장학금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국악과 석사 과정을 밟으며. 장구 꽹과리 등 타악기에 매료됐다. 사물놀이 공연 때는 꽹과리로 상쇠 역할이다."

-한국 전통 음악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선 풍성한 장단에 매료돼 북을 반주하며 산조나 판소리에 빠졌다, 정악에서는 양금도 연주한다. 박사 과정 이후에야 한국 전통 음악의 진미를 알게 됐다. 한국 맛을 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마치 청국장 같은 느낌이다. 그 진하고 독특한 맛을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다."

올해 말 공부가 끝나면 귀국해 결혼할 계획인 레씨는 졸업 논문으로 '베트남 음악극과 한국 탈춤의 장단 비교'라는 구체적 테마를 잡아 두었다. 역동적인 북청사자놀음을 특히 좋아하는 그가 한국을 떠나면 국내에 단보우 주자는 사라지게 된다. 그는"귀국 후에도 한국 연주의 길을 찾아볼게요."라고 아쉬움을 남겼다.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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